루아얄 ‘좌파 복귀’…지지율 하락에 ‘이념’ 승부수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최저임금을 월 1254유로(약 150만 원)에서 1500유로(약 180만 원)로 인상하겠다.”

“저소득층 은퇴자의 연금 수령액을 5% 올리고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택 12만 호를 건설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겠다.”

프랑스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 의원이 11일 유권자들에게 내놓은 선거 공약들이다. 루아얄 의원은 그동안 ‘정책은 없고 이미지만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아오다 1차 투표를 10주 앞두고서야 공약을 내놓았다.

이날 제시한 약속은 무려 100가지. 공약을 들여다보면 저소득층, 이민자 같은 소외된 계층을 정부가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마디로 좌파적인 색깔이 짙다. 경쟁자인 중도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이념적 대립각을 확실히 세워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루아얄 의원은 이날 파리 교외 빌팽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1만5000여 명의 당원에게 “그동안 전국을 돌며 얘기를 듣느라 공약 발표가 늦었다”고 말한 뒤 하나씩 공약을 풀어놓았다.

대부분의 공약이 프랑스의 관대한 사회주의적 복지 모델을 ‘방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저소득층뿐 아니라 젊은이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청년 창업자에게는 1만 유로(약 1200만 원)의 무이자 대출을 약속했다.

최초 주택 구입자들은 금융권에서 무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젊은이들에 대한 무료 의료 혜택도 늘릴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 약속도 빠지지 않았다. 정부가 보조하는 50만 개의 보조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으며 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반면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직원을 해고하면 처벌을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거리인 35시간 근로제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루아얄 의원은 “이 권리를 강화하고 근로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 △아이들을 돌보는 보조 교사 도입 △교실당 학생 수 17명으로 제한 △불법 체류 이민자에게 비자 발급 △의회 감시를 위한 시민 배심원제 도입 등 다른 공약들도 사회주의적 이념 색채가 강했다.

취약 분야로 지적돼 온 대외 정책으로는 더 강한 유럽연합(EU)을 만들고 아프리카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는 미국의 견실한 동맹이 돼야 하지만 미국에 의해 위압당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루아얄 의원 측은 이날 행사에 ‘진짜 선거운동의 시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이를 계기로 다시 세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사르코지 장관은 이날 루아얄 의원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3000여 명의 지지자를 상대로 파리 유세를 벌였다. 그는 루아얄 의원의 공약은 사회당원들만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모든 사람은 같은 권리, 같은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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