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흉내… 中영화 먹칠”공산당 잡지, ‘황후화’ 혹평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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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쉐시(學習)시보가 장이머우(張藝謀·56) 감독이 제작한 중국판 블록버스터 ‘온 성이 황금갑옷을 두르고(滿城盡帶黃金甲·만성진대황금갑)’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 정부의 뜨거운 후원 아래 만들어진 장 감독의 작품을 공산당 간부가 주로 보는 쉐시시보가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서우두(首都)사범대 문학원 타오둥펑(陶東風) 교수는 5일 주간신문 쉐시시보에 실린 평론에서 “현대 중국영화의 명성에 먹칠한 추악한 블록버스터”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타오 교수는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문학예술 방면의 이론가이자 평론가. 그가 최근까지 발표한 이 분야 학술논문만도 170여 편에 이른다. 그의 비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그는 평론에서 “좋은 영화는 돈을 처발라 호화스럽고 웅장한 장면을 많이 끼워 넣거나 폭력과 성을 단순히 결합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3억6000만 위안(약 432억 원)이나 들인 이 영화가 보여 주는 것은 배금주의와 잔혹한 장면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영화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없이 오직 폭력만이 난무하는 할리우드 영화와 다를 바 없다”며 “요즘의 장 감독은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도색공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한국에서 ‘황후花’로 소개된 이 작품은 중국에서 지난달 이미 3억 위안의 흥행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1998년 ‘타이타닉’이 세운 중국 최고기록 3억5000만 위안도 깨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같은 평론이 권위지에 게재됨에 따라 앞으로의 흥행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영화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마지막 전투 장면에 황금 갑옷을 입은 병사만도 10만 명이 등장하는 스케일 중심의 영화로 황후가 황제 전처의 아들과 불륜에 빠지고 역모를 꾸미나 결국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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