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반기문 총장에 '사무총장님' 깍듯한 예우

  • 입력 2007년 1월 17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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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취임 후 워싱턴을 첫 공식 방문해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공식 면담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반 사무총장을 '사무총장님(Mr. Secretary General)'으로 부르며 국가원수 급 위상에 맞는 예우를 깍듯이 갖췄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한 시간 동안 계속된 면담을 마무리하면서 "통화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어 달라"고 거듭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동, 다르푸르, 이란과 북한 문제 같은 중요한 사안을 논의했다. 미국은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도 "유엔이 국제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미국의 강력한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강력한 지원을 받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과 부시 대통령의 만남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반 총장의 취임을 계기로 미국과 유엔간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지 세계가 주목해 왔기 때문.

코피 아난 전 총장 재임기간에는 미국과 유엔의 관계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난 전 총장이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빈번하게 제동을 걸면서 미국과 유엔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더군다나 미국은 유엔을 비효율적이며 투명성도 떨어지는 조직으로 인식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신임 사무총장이 유엔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4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미국은 반 총장이 전임자와는 달리 유엔개혁에 적극적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지지했다. 예전 유엔조직의 타성에 매몰돼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반 총장도 16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연설에서 "미국이 (유엔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태도를 보여야 유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해질 것"이라며 "유엔의 잠재력이 실현되면 미국은 평화롭고 건강하며 번영하는 세계라는 열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유엔과 미국의 좋은 관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성공하려면 미국과 유엔의 파트너십은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재정적으로도 강력하고 광범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또 "유엔 사무총장으로 북한 핵 문제를 풀 6자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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