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사령관 “기지 이전 연기 보도에 깜짝 놀랐다”

  • 입력 2007년 1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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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군 사령관이 9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일정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영대 기자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군 사령관이 9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일정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영대 기자
■ 벨 사령관 기자회견

“정치적 이유나 예산 문제로 기지 이전이 지연될 경우 (이에 맞서) 싸울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칠 각오가 돼 있는 미군 장병들은 높은 수준의 주둔 여건을 제공받아 마땅하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9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지난해 말 한국 정부가 발표한 미군기지 이전 연기 방침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2008년 말까지 이전’ 합의 지켜야=벨 사령관은 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미군기지 이전이 한미 양국이 합의한 2008년 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 관리가 기지 이전이 2013년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놀랐다”며 “‘잘못된 보도’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장병과 가족들의 열악한 주둔 여건을 언급할 때 벨 사령관의 목소리와 발언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그는 “기지 이전이 지연되면 미군 장병과 가족들은 6·25전쟁 때 지어진 황폐하고 노후한 시설과 환경에서 계속 지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주둔여건 개선은 더 미룰 수 없고, 그들과의 약속도 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지 이전을 위해선 돈과 시간보다 한미 양국의 공약과 헌신이 더 중요하다”면서 “양국은 적절히 예산을 할당해 이전사업을 계획대로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 사령관의 전례 없이 강경한 발언에 대해 김규현 국방부 국제협력관은 “사령관으로서 미군 장병들에게 새 주둔지를 하루 속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지가 빨리 이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한미 양국 실무진은 2008년까지 기지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축소에 대한 유감 표명=벨 사령관은 올해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 측 요구액보다 1000억 원 이상 깎인 만큼 주한미군으로선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 근로자의 해고, 한국 기업으로부터의 군수물자 구매 중단, 미군 장병들을 위한 관련 시설 건립 중단을 비롯한 여러 내용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예산이 부족해 한미 양국의 지시사항을 수행할 수 없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령부의 역할 조정 불가피=벨 사령관은 앞으로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게 되면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임 중인 유엔군사령관은 한국군 지원 역할에 주력할 것이며 유엔사의 역할과 임무도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단독 행사할 경우 유엔군사령관은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이 사라져 정전체제 유지 및 한반도의 위기 고조, 전쟁 발발 시의 대응과 관련해 지금처럼 총체적인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군이 전시작전권 환수와 동시에 유엔사로부터 정전협정의 유지 및 관리에 필요한 임무를 넘겨받게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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