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도 사랑을 갈라놓을순 없다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이라크 바그다드 북부에 사는 청년 아크람 씨는 지난해 여름 이웃 마을 아가씨인 자이나브 씨를 만나 첫눈에 반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그러나 결혼식을 치르기까지 고난과 시련이 이어졌다. 아크람 씨는 수니파, 자이나브 씨는 시아파였기 때문. 최근 이라크에선 두 종파의 무장조직들이 상대 종파의 민간인까지 납치 살해하는 일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종파의 차이를 뚫고 군사작전을 하듯 어렵게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애틋한 사연을 6일 소개했다.

아크람 씨 마을과 자이나브 씨 마을의 사람들은 전쟁 전 자유롭게 왕래하며 어울려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경계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상대편 마을로 대책 없이 들어갔다간 납치되거나 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열린 결혼식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라크 법률에 따르면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가 모두 등록된 관청에서 올려야 한다. 따라서 두 사람은 수니파 무장조직의 중심지인 아드하미야라는 곳으로 가야 했다. 아크람 씨는 먼저 사람을 보내 자이나브 씨를 데려왔다. 그런 다음 아드하미야에 사는 동창 마르완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르완 씨는 무장 병력을 동원해 두 사람과 하객을 안전하게 관청으로 데려왔다.

결혼식은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문제가 또 하나 생겼다. 자이나브 씨의 부모가 시아파의 전통에 따라 “신혼부부가 시아파 성직자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 아크람 씨는 아드하미야에서 강을 건너 시아파 성전이 있는 카디미야로 가야했고 또 한번의 ‘군사 작전’이 펼쳐졌다.

신혼부부는 아크람 씨의 부모가 있는 셀리예크에 산다. 아크람 씨는 “아내가 친정에 갈 때는 늘 마을 경계까지 바래다 준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자이나브 씨는 혼자 경계를 넘어 친정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는 다시 아크람 씨가 마중을 나간다.

이라크의 내전 양상이 격화되면서 부부의 고민은 커졌다. 아크람 씨는 “안전하게 살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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