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총장 조기출근 ‘유엔 기강잡기’

  • 입력 200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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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0시 반 뉴욕 유엔본부 제1회의실.

유엔본부 직원들이 반기문 신임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모였다. 모두들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반 총장의 인사말이 시작됐다.

“방금 사회자가 ‘Ban’으로 표기된 성(姓)을 ‘밴’으로 발음했는데 나는 모든 것을 금지하는 ‘밴’(ban·영어로 금지하다는 뜻)이 아니다. 건설적인 대화를 금지할 뜻이 없으니 ‘반’이라고 발음해 달라.”

폭소가 터졌다. 반 총장은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지난 수년간 불미스러운 일들로 유엔의 신뢰가 훼손된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 과감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며 유엔 개혁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반 총장은 3일부터 스스로 오전 8시에 조기 출근하며 ‘한국식 근무 풍토’를 몸소 실천하기로 했다.

유엔에서는 회의가 오전 10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대체로 오전 9시 넘어 출근한다. 중요한 회의도 통역요원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오후 6시에는 무조건 중단될 정도로 사무국 직원들의 ‘칼 퇴근’도 유엔 특유의 문화로 꼽힌다. 이런 풍토에서 반 총장의 조기 출근은 사무국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사형제도에 관해 기존 유엔의 견해와 다른 발언을 하면서 ‘센’ 신고식을 치렀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그가 “사담 후세인이 저지른 범죄의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형제도는 각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발언한 대목.

이날 정오 미셸 몽타스 신임 대변인이 진행한 브리핑에서 유엔 출입기자들은 “신임 총장의 발언은 사형제도에 반대해 온 유엔의 기존 생각과 다르다. 유엔의 견해에 변화가 있느냐”며 반 총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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