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발레 춘향전’ 동영상, 포킨의 원작 안무 고스란히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1936년 초연된 미하일 포킨의 발레 ‘사랑의 시련’의 여주인공 ‘충양’(춘향)을 맡은 베라 네므치노바(왼쪽)가 포킨(뒷모습)과 ‘고관’역을 맡은 발레리노장 야즈빈스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36년 초연된 미하일 포킨의 발레 ‘사랑의 시련’의 여주인공 ‘충양’(춘향)을 맡은 베라 네므치노바(왼쪽)가 포킨(뒷모습)과 ‘고관’역을 맡은 발레리노장 야즈빈스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36년 4월 4일 몬테카를로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된, 안무가 미하일 포킨의 발레 ‘사랑의 시련’ 공연 사진.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36년 4월 4일 몬테카를로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된, 안무가 미하일 포킨의 발레 ‘사랑의 시련’ 공연 사진.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뉴욕 공립도서관의 소장 자료 목록. 1937년 미하일 포킨의 ‘사랑의 시련’의 동영상과 1980년 동영상 자료가 올라 있다.
미국 뉴욕 공립도서관의 소장 자료 목록. 1937년 미하일 포킨의 ‘사랑의 시련’의 동영상과 1980년 동영상 자료가 올라 있다.
13일 미국 뉴욕에서 미하일 포킨이 안무한 발레 ‘사랑의 시련(L'Epreuve d'Amour)’의 동영상 자료가 발굴됨에 따라 70년 전 세계적 거장이 우리의 고전을 토대로 만든 작품을 복원할 길이 열리게 됐다.

▽동영상 발굴 의미=70년 전 공연된 포킨의 ‘사랑의 시련’은 모차르트 음악은 알려졌으나 무보(舞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무보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포킨의 작품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동영상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동영상 자료에 앞서 발굴됐던 ‘사랑의 시련’ 관련 자료는 △1936년 몬테카를로 초연과 1938년 뉴욕 공연 사진 △야수파 화가 앙드레 드랭의 1936년 무대 및 의상스케치 △포킨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1956년 핀란드국립발레단의 공연사진 △1956년 공연을 핀란드 국립발레단이 다시 리메이크한 1995년 공연의 동영상 등. 모두 포킨 안무의 오리지널 공연을 간접 확인할 수 있는 자료뿐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동영상은 포킨의 원작 안무를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셈이다.

무용 칼럼니스트 유형종 씨는 “포킨의 ‘사랑의 시련’은 우리의 고전을 가지고 해외에서 처음 만들어진 무용 작품이기도 하지만 포킨의 작품을 통틀어 동양적인 소재를 가지고 만든 거의 유일한 발레일 것”이라며 “포킨이 동양적인 문화에도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어떻게 복원하나=국립발레단은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내년에 포킨의 ‘사랑의 시련’ 복원 공연을 추진키로 했다. 박인자 국립발레단장은 “뉴욕도서관에 있는 동영상의 복사본을 확보해 이를 무보로 기록하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당시 유럽에서는 동양이라고 하면 으레 중국을 떠올렸던 만큼 중국풍 의상과 무대를 한국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굴된 포킨의 ‘사랑의 시련’은 28분 분량으로 포킨의 대표작이자 러시아 민속발레인 ‘페트루시카’나 낭만발레 ‘레 실피드’처럼 30분 안팎의 짧은 단막 형식의 발레다.

박 단장은 “포킨의 ‘사랑의 시련’은 무용수가 10여 명에 불과한 데다 단막 형식이어서 비용 면에서 해외를 겨냥해 선보일 만한 작품으로도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원로 무용평론가 박용구 씨는 “포킨이라는 거장 안무가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랑의 시련’은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알릴 문화상품으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포킨이 당시 춘향전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결국 춘향전이 그만큼 보편성을 갖는 작품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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