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여성 “당신, 차라리 엄마랑 살아”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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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축구선수 프란체스코 토티가 6월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호주전에서 골을 넣은 뒤 손가락을 빠는 ‘유아형’ 골세리머니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마마보이형’ 이탈리아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탈리아의 축구선수 프란체스코 토티가 6월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호주전에서 골을 넣은 뒤 손가락을 빠는 ‘유아형’ 골세리머니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마마보이형’ 이탈리아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탈리아에서 ‘마마보이’ 문제로 이혼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옵서버가 12일 보도했다.

최근 이탈리아 에우레스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4분마다 한 쌍이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결혼의 요새’로 불릴 정도로 가정생활에 충실하던 이탈리아인들로선 엄청난 변화라고 옵서버는 지적했다.

옵서버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유독 고부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가 많다. 이혼 여성 10명 가운데 3명이 ‘시어머니가 지나치게 생활에 참견하기 때문에’ 이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마마보이’ 문제가 부부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것.

전통적으로 모권(母權)이 강한 이탈리아에선 ‘앞치마에 매달린 아들’이란 뜻의 ‘맘모니(mammoni)’란 말이 흔히 쓰인다. 30, 40대가 돼서도 부모 집에서 사는 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들이 결혼한 뒤에도 함께 살거나 근처에 살면서 아들의 생활을 계속 챙기는 부모가 많다. 심리학자 안나마리아 카사네세 씨는 “이탈리아 어머니들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분명 지나치다”고 말했다.

카사네세 씨의 분류에 따르면 이탈리아 어머니의 성향은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자신이 나이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며느리를 라이벌로 여기는 부류다. 이런 부류의 어머니들은 아들의 결혼식 때 ‘아들이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질투를 느껴 눈물을 흘리곤 한다.

또 다른 부류는 자신의 인생을 아들에게 바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부류다. 여기에 속한 어머니들은 아들 집에서 요리, 육아, 다림질을 대신해 준다. 카사네세 씨는 “어머니들은 이런 식으로 아들 부부의 생활을 ‘침략’하기 시작한다”고 해석했다. 즉 차츰 아들 부부의 집안일에 헤게모니를 쥐려 한다는 것. 그게 심해지면 시어머니가 부엌을 독점하게 되고, 며느리는 점점 자신의 집을 남의 집처럼 여기게 된다.

이런 와중에 ‘마마보이’인 이탈리아 남성들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부인에게선 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결국 여성들은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결혼 생활을 포기하게 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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