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0대 싱크탱크 첫 수면위 모습

  • 입력 2006년 11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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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과 정부, 군 등 3대 핵심권력에 '두뇌'를 제공해온 중국의 10대 싱크탱크(智庫·즈쿠)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홍콩의 친 중국계 일간 다궁(大公)보는 "7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회 즈쿠 포럼에서 그동안 신비에 싸여있던 중국의 10대 즈쿠가 처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8일 보도했다.

즈쿠란 중국의 당·정·군에 정책과 자문을 제공하는 기관을 일컫는 말이다. 이날 즈쿠 포럼은 중국사회과학원과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중국태평양학회 주관으로 열렸다.

포럼에 모인 저명 학자와 전문가들은 각각의 기관이 국가에 정책 제공과 조언을 해준 빈도 및 그들의 조언이 실제로 국가정책에 미친 영향력을 고려해 사전에 10대 즈쿠를 선정한 뒤 이날 발표했다.

이날 선정된 10대 즈쿠는 ▽중국사회과학원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중국과학원 ▽중국군사과학원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중국태평양경제합작전국위원회 ▽중국과학기술협회 ▽중국국제전략학회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이들은 대부분 반관(半官) 성격의 싱크탱크로 정부의 각 부문에 소속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외교, 군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사회과학원과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은 중앙 정부의 주요한 두뇌기구로 전국의 사회과학 및 경제 분야의 전문가와 학자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두 기구는 오랫동안 국가 정무 분야와 외교정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과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중국태평양경제합작전국위원회,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는 중국외교정책을 집중 연구한다. 이들은 최근 중국의 국제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군사과학원과 중국국제전략학회는 군사 분야의 싱크탱크로 군사정책과 전략을 담당하며 중국 군대의 미래 청사진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10대 싱크탱크의 총 인력은 중국과학기술협회의 회원을 비롯해 무려 440여만 명에 이른다.

이들 싱크탱크의 연구자와 정책집행자들은 당초 서로 교류가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서방국가와 마찬가지로 서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첸지천(錢其琛) 부총리가 퇴임한 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의 원장으로 이동한 것이나 법률전문가인 샤용(夏勇) 전 중국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국가 보밀국(保密局)의 국장으로 옮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엄청난 인력을 자랑하는 중국의 싱크탱크지만 한계도 있다. 정부로부터 과제를 부여받아 연구하다 보니 영향력 있는 전문가가 감히 정부를 향해 말을 못하거나 말을 하더라도 영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전문가들은 "서방국가처럼 민간의 싱크탱크가 잘 발전해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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