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지표는 좋은데 공화당은?

  • 입력 2006년 10월 2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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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주유소에서 가솔린 1갤런(3.97L) 당 가격은 2달러 안팎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솔린 가격은 3달러에 육박했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8월 이후 급락하면서 가솔린 가격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유가를 끌어내렸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동차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미국에서 가솔린 가격은 전반적인 소비는 물론 집권층에 대한 여론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그런데 정작 중간 선거를 앞두고는 가솔린 가격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음모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돌파한 뒤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실업률은 5년 만에 최저치인 4.6%에 불과하다. 가솔린 가격이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주춤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5일 3번째 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중간선거에서 경제문제가 사실상 실종됐다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잇달아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후보 지원유세를 통해 "세금감면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는 굳건하다"고 경제문제를 이슈화하려고 했지만 선거의 주요 이슈로 점화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들도 선거 광고에 경제 문제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선거전에서 경제문제는 사라졌을까. 무엇보다 이라크전이라는 대형이슈가 선거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라크 전, 불법이민 등 사회적으로 워낙 큰 이슈가 선거흐름을 결정하면서 경제문제는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

또 미국 선거에서 경제는 점차 주요 의제에서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뉴욕타임스와 C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3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10명에 4명꼴로 '경제 및 일자리'를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으나 최근에는 그 비율이 13%까지 하락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가 큰 경기침체 없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경제는 전통적으로 중간선거에서는 핵심 이슈가 아니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1994년에도 경제는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에 상원과 하원을 모두 내주는 참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상위계층의 소득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중간소득 증가폭은 작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실질임금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유권자들은 지표상으로 좋아진 경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다수이며, 앞으로의 경기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더 많다. 이번 중간선거는 이런 저런 이유로 공화당으로선 힘든 선거가 될 전망이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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