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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3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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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浙江) 성에 사는 저우샤오둥(周曉東) 씨가 싱가포르의 일간지 롄허짜오바오(聯合早報)에 기고한 글이다. 중국 관영 신화왕(新華網)은 12일 중국인의 일반적 생각과 상반되는 이 글을 그대로 전재했다.
바로 며칠 전까지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이 중의학(中醫學)을 자기 나라 고유의 의학인 것처럼 위장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중국민속협회 바이겅성(白庚勝) 부주석도 "세계문화유산에 신청할 때는 인접 국가에도 있는 공유문화를 먼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종주권 수호를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화왕이 중국 국민의 일반적 생각과 다른 글을 올린 데는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그릇된 인식을 바르게 인도해야 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저우 씨는 기고문에서 "한국이 단오제를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했을 때 중국인은 크게 상심하고 분개했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것으로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오절을 한국만큼 잘 보존하고 동방문화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우리는 단오절에 찹쌀밥(¤子·쭝쯔)을 먹고 뱃놀이를 하는 것 말고 더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문화란 본래 전 인류의 것으로 비록 특정 지역에서 발상하더라도 국제성을 띠기 마련"이라고 일갈했다. 불교는 당초 인도에서 시작됐지만 13세기 이슬람교가 들어오면서 인도에서 불교가 완전히 사라지고 되레 중국에서 꽃피운 뒤 한국과 일본까지 전래된 사실이 바로 이런 문화의 속성을 입증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국이 단오절을 먼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고 중의학을 중국보다 먼저 등록하려는 것은 '중국이 미처 보호하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차에 남이 도와서 보호해 주겠다는 것'으로, 이는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이런 노력에 자극받은 중국 정부가 올해 6월 10일을 처음으로 '문화유산의 날'로 정하고 중추절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며 "한국의 무형문화재 보존 노력이 중국으로 하여금 우수한 전통문화 보호에 나서게 하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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