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원들 전쟁몰라 용감…日정치 지나친 우경화 걱정”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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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젊은 시절엔 깊은 생각 없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습니다. 하지만 야스쿠니신사의 정확한 의미를 안 후로는 가지 않습니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문제입니다.” 일본 방위청장관을 지낸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49·7선·사진) 의원은 일본 정계에서는 ‘네오콘’ ‘강경파’로 꼽힐 정도로 보수주의자다. 아베 신조(총리),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의원 등과 함께 ‘신국방족(新國防族)’으로 불리며 일본 정치의 우경화를 이끌었다. 그런 그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전 총리에 이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22일 일본 중의원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판하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답은 분명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질 게 뻔한 전쟁을 벌이고, 국민과 병사를 죽음으로 내몬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이다. 총리가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태평양전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그는 방위청장관 때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주도했고 2004년 말 발표된 ‘신방위계획 대강’을 작성하는 등 군대와 교전권을 갖는 ‘보통국가 일본’의 구체적 모습을 입안한 주역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 일본 정치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걱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자민당 외교안보회의에 나가 보면 초선 의원 가운데 ‘일본인의 자긍심을 회복하자’는 식의 경향이 너무 강한 사람이 많다. 전쟁을 모르기 때문에 용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아사히신문의 월간시사지 ‘론자(論座)’와의 인터뷰에서는 “일본 극우파들이 얼핏 용감하게 보이지만 스스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신의 나라이고 일본 정신만 가지고 있으면 미국 영국은 두렵지 않다며 전쟁에 돌입한 것과 같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를 멸망케 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일각에서 소리 없이 일고 있는 핵무장론도 반대한다. 그는 “일본이 핵을 가지면 한국도 가져야 하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각국이 연달아 갖게 된다. 세계 각국이 핵을 가진 세상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일까”라고 되물었다. 국방전문가로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미국과 일본은 작전권을 따로 갖고 있지만 일본 내 군사전문가 사이에서는 미군과 일본의 작전권을 미군 지휘 아래 통합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세다. 미국과 일본이 실전에서 작전권을 각기 행사하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한일 관계, 한미일 관계는 어떤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침략당하면 자위대가 출동해 돕고 일본이 침공당하면 한국이 도와주는 식의, 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관계를 만들고 싶지만, 이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뭇매를 맞을 것이다. ‘대동아공영권’하고 뭐가 다르냐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과거와는 다른 나라라는 것을 한국의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믿게 할 수 있을지, 일본은 그것을 고민해야 한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같은 것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는 강경보수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자신을 ‘딱 중간’이라고 자평했다.

2세 정치인인 그의 중의원 의원 경력은 올해로 만 20년. 게이오(慶應)대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근무하다 부친을 여읜 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1986년 중의원 의원에 출마해 당시 전국 최연소인 29세로 당선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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