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깊은 유감' 불구 이슬람권 분노 일파만파

  • 입력 2006년 9월 17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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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슬람교를 폭력적 종교로 묘사한 옛 문헌을 인용한 자신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16일 대변인을 내세워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슬람권은 교황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교회가 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일부 이슬람 국가들은 바티칸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 또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교황 살해와 바티칸 공격을 주문하는 등 사태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황청 국무장관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교황께서는 자신의 발언 일부분이 무슬림을 공격하는 말로 들렸다는 사실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연설이 잘못 해석됐다는 식의 유감 표명으로는 안되며 교황이 개인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레셉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교황은 종교인이 아니라 정치인처럼 발언했다"고 비판했다.

아랍권 언론들도 대부분 교황이 연설의 진의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고의든 실수든 고통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비극적이고 위험하다"며 "교황은 진심어린, 설득력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집트, 쿠웨이트, 모로코, 수단 등 일부 이슬람 국가는 항의의 뜻으로 바티칸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폭력 사태도 잇따랐다. 팔레스타인의 가자 및 서안지구에서는 교회 5곳이 화염병 공격을 당했다. 총격이 발생한 곳도 있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도 한 교회의 바깥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소말리아의 한 무장단체는 "교황을 처단하겠다"고 나섰으며 이라크의 무장단체 '무자헤딘 군대'는 '로마의 개들에게'라는 인터넷 성명에서 "너희들이 있는 곳의 왕좌를 날려버리고 십자가를 부숴버리겠다"며 바티칸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황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교황의 발언은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의 단절을 강조한 것"이라며 자국 출신의 교황을 옹호했으며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교황청의 해명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보수신문 데일리 텔레그라프도 "교황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폭력을 쓰는 것에 원론적인 비판 연설을 한 것일 뿐이다"라고 거들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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