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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6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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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코(紀子) 왕자비와 왕손의 첫 대면장면을 왕실의무관이 이렇게 전하자 이를 보도하던 방송 진행자들조차 폭소를 터뜨렸다.
▽열도 축하 물결=이날 왕실에서 들려온 41년만의 아들 탄생 소식에 일본 열도 전체는 축제분위기에 빠졌다. 신문마다 발 빠르게 호외를 뿌렸고 석간들은 '오늘, 이 생명에 감사', '기다렸던 이 울음소리', '기다렸던 낭보에 열도가 축하' 등으로 주요 지면들을 채웠다.
TV 방송들도 이날 새벽부터 왕자비가 입원한 병원과 궁내청 현장에서 번갈아가며 생방송을 내보냈다. 영국 BBC방송이 'It's a Boy'라고 톱뉴스로 보도한 것을 비롯한 해외 언론의 반응도 속속 전달됐다.
또 도쿄(東京) 시내 니혼바시(日本橋)의 미쓰코시(三越) 백화점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왕손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도쿄 시내 전철역 앞 광장에서는 인근 유치원생들이 잉어모양의 '고이노보리 연'(남자 아이들의 성장을 빌기 위한 일본 풍습)을 띄웠다. 도쿄 시내 긴자(銀座) 거리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벌였다. 주식시장에서는 출산 관련 업체의 주가가 급등했다.
한편 공무로 홋카이도(北海道)를 방문중인 아키히토(明仁) 일왕 내외는 투숙 호텔에서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로부터 직접 소식을 듣고는 "안심했다,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일왕부부로서는 손녀 셋에 이은 첫 손자. 일왕은 이날 첫 왕실 의식으로 손자에게 보신용 검(劍)을 하사했다. 이름은 7일째인 12일 붙여지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한 왕실의무관은 왕자 부부가 출산 직전까지 "어떤 결과이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며 태아의 성별을 알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비롯한 정계인사들도 입을 모아 축하인사를 했다.
▽왕실전범 개정 보류=일본 정부는 이날 모계 및 여왕의 왕위승계를 인정하도록 추진해 온 왕실전범 개정을 보류키로 했다. 신생아가 현 왕실전범에 의해서도 왕위 계승서열 3위가 됨으로써 당분간은 '남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왕위 계승서열 등 왕실의 제도를 규정한 왕실전범은 메이지(明治) 시대에 정해진 것으로 왕위계승에 있어서 '남계의 남자'만을 인정하고 있다.
왕실의 대가 끊길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지난해부터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딸인 아이코(4)의 왕위 계승을 염두에 두고 왕실전범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2월 기코 왕자비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의가 일단 중단됐다.
왕실전범 개정 문제는 '천왕제'에 대한 태도와 맞물려 있어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인사들은 지켜야 한다는 완고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部晋三) 관방장관도 신중한 자세다. 그는 이날 출산소식을 듣고 측근에게 "이걸로 왕실전범 논의는 미뤄도 된다"고 말한 걸로 알려졌다. 사실상 안 해도 된다는 뜻.
그러나 이번에 남아가 한명 태어났다고 해서 왕위 계승의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고, 남계 계승만을 고집하는 것은 외국의 왕실을 보더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또 현 왕실전범대로라면 공주들은 결혼하면 모두 왕실을 떠날 수밖에 없어 왕실은 갈수록 빈약해진다는 점에서 관련 논의는 때가 되면 재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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