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휴대전화번호 투기 열풍 …신분 과시 목적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코멘트
일본에서 희소가치가 큰 휴대전화번호 값이 수억 엔(수십억 원)대까지 치솟는 등 과소비 및 투기 열풍이 불고 있다.

30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경매사이트나 전문판매사이트를 통한 휴대전화번호 거래가 크게 늘면서 가격도 뜀박질하고 있다.

‘0□0-□□□□-□□□□’식인 휴대전화번호에서 중간부분과 뒷부분 4자리가 모두 ‘1515’나 ‘3030’처럼 외우기 쉬우면 3만∼5만 엔이 기본.

어느 한쪽이 ‘2222’나 ‘5555’처럼 전부 똑같은 숫자면 값은 다시 수십만 엔으로 훌쩍 뛴다. 똑같이 반복되는 숫자라도 행운을 상징하는 ‘7’이나 다복(多福)을 나타내는 ‘8’은 웃돈이 붙는다. 8자리가 모두 같은 숫자인 번호는 수천만∼수억 엔을 호가한다.

수천∼수만 엔짜리 번호는 일반인들도 사고팔지만 수십만 엔이 넘는 번호는 주로 기업 경영자가 고객이다. 명함에 휴대전화번호를 적지 않는 일본의 관행을 감안하면 비즈니스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부와 신분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큰 듯하다.

올 10월 ‘번호이동’제도 도입을 앞두고 투기 목적에서 희소 번호를 미리 사두려는 사람도 있다. 이 제도가 시작되면 서비스회사를 바꿔도 기존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게 된다. 가입자가 적은 회사의 번호를 사뒀다가 10월 이후 가입자가 많은 회사로 계약을 바꾼 뒤 번호를 되팔면 차액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가입자 수가 2위인 KDDI(au)와 3위인 보다폰의 번호 값은 최근 2, 3배씩 뛰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단기간에 값이 급등하자 조직폭력단인 ‘야쿠자’도 휴대전화번호 시장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일본 경찰과 소비자단체들은 앞으로 야쿠자들이 일반인을 협박해 번호를 강탈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한 웹 사이트에 오른 거래 상황
번호가격(엔)비고
0X0-1515-282848,000상담 중
0X0-2768-000X28,000

0X0-1500-550078,000계약 완료
0X0-1500-303058,000상담 중
0X0-X900-8888218,000계약 완료
0X0-1111-8000988,000

0X0-88X1-7777178,000상담 중
0X0-2400-770038,000상담 중
0X0-2400-880038,000상담 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