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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3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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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월이 되면 이곳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경제이슈를 놓고 토론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올해도 벤 버냉키 FRB 의장을 포함해 전 세계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다.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올해 ‘잭슨 홀 심포지엄’에서는 그동안 물가안정에 결정적인 공헌을 해 온 세계화가 이제는 거꾸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경제가 장기호황을 기록하는 동안 물가는 이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중국을 비롯해 세계화에 합류한 개발도상국가들이 값싼 물건을 대거 미국에 공급했기 때문이었다.
월마트를 포함해 미국 주요 상점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깔렸고, 물가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 FRB로선 세계화가 중요한 ‘무기’인 셈이었다.
여기에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거 매입해 줬기 때문에 미국은 낮은 금리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잭슨 홀 심포지엄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세계화의 선(善)순환 구조가 부메랑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석유와 원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리가 주요 수출품인 칠레만 봐도 그렇다. 칠레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재정수입이 급등하면서 국가채무를 모두 갚고 지금은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르는 흑자 예산 기조를 유지할 정도가 됐다.
찰스 빈 영국 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가 그동안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제어에 우호세력으로 작용했지만, 이제 상황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화의 역풍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
중국 같은 나라의 미국 국채 매입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가 갑자기 미국 자산 매입에 관심을 잃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세계화가 생산성을 향상시켜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세계 경제통합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책 결정자들은 세계화의 이익이 골고루 나눠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보완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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