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경보’에 울고 웃는 사람들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술-향수 금지하면 뭘 파나” 공항면세점 ‘액체’ 된서리▼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 제1터미널에 있는 주류 매장 판매원 마이클 데이비스 씨가 투덜거렸다. “여기 있는 게 전부 액체잖아요.”

히스로 공항에 있는 영국 생활용품 소매업체인 ‘부츠’는 파리만 날리고 보디숍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테러 모의가 적발된 뒤 공항 면세점이 급격한 판매 부진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국제선 승객들이 면세점에서 주로 구입하는 향수, 와인, 술 등이 모두 기내 반입 금지 품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 당국은 10일부터 액체와 젤, 크림류의 제품을 갖고 비행기에 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이런 조치가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지만 관련 업체들이 이번 사태로 총 260억 달러 규모의 손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공항 면세점 국제연합’의 마이클 페인 전무이사는 “주류, 향수, 화장품은 전체 면세품 판매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가지 방안은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고, 다른 방안은 ‘위험한 액체’를 식별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히스로 공항에서 유일하게 북적이는 매장은 가방 가게. 기내에 들고 탈 수 없는 물건들을 새 가방에 담아 수하물로 부치려는 승객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보안검색 줄서다 날샐라” 전세 자가용비행기 인기▼

0일 영국에서 항공기 테러 시도가 적발된 뒤 공항마다 승객들이 보안검색을 받느라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 플로리다 주의 컨설팅 회사 ‘플러센치아 그룹’ 최고경영자인 루 플러센치아 씨는 애틀랜타의 디캘브피치트리 공항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 10분 만에 탑승 수속이 끝난 것이다.

미국 부유층과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테러 위험과 길고 긴 보안검색 행렬을 피해 자가용 비행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자에서 전했다.

매사추세츠 주의 항공기 전세 중개업체 ‘제스 인터내셔널’은 영국에서 항공기 테러 음모를 적발했다는 소식이 나온 바로 다음 날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400%까지 치솟았다.

자가용 비행기는 그동안 워낙 가격이 비싸 억만장자들이나 다국적기업 총수급 인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회원권을 사서 연간 비행시간을 할당받는 ‘지분제’가 도입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개인 비행기 소유의 꿈을 갖게 된 것.

단지 사치에 그치지는 않는다. 비즈니스맨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제트 얼라이언스’사의 회원권 가격은 9만3750달러(약 9000만 원). 5개 좌석을 연간 50시간 이용하는 값이다. 시간당 이용료 892달러와 월간 유지비 2500달러는 별도. 이처럼 부분 소유 형식으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미국에서만 5000명에 이르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