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기념일 앞둔 日야스쿠니신사 가보니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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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기념일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도쿄(東京) 도 지요다(千代田) 구 야스쿠니(靖國)신사. 땡볕 아래 신사로 향하는 발길들이 이어진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과 함께 신사를 찾은 가족 단위의 참배객이 적지 않았다.

신사 측은 13일 하루에만 2만여 명이 다녀갔고, 이날은 오전 11시까지 8000여 명이 참배했다고 밝혔다.

“내일은 훨씬 많이 올 겁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걸요.” 참배전 관리인 사키야마(崎山) 씨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참배하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매스컴의 주된 관심사도 15일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여부다. 그러나 9월로 퇴임이 예정돼 있는 그의 참배가 국내외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중국도 이미 차기 총리에게 참배를 삼가 달라고 방향을 선회한 지 오래다.

야스쿠니신사 내에서도 일본 제국주의 정신을 상징하는 총본산은 오른쪽 구석에 자리한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이다.

이곳에서 태평양전쟁은 ‘대동아전쟁’으로 표기되고 ‘근대국가 성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자존자위를 위해, 나아가 피부색과는 관계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를 달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유슈칸 도록)이라고 규정돼 있다.

매 시간 영상홀에서 상영되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잊지 않는다’의 앞부분. A급 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에 대한 도쿄재판의 흑백 영상 위에 미국의 점령과 재판을 비판하는 자막이 겹쳐진다. “점령은 일본인의 정신구조에까지 파고들어 일본 국민에게 특정 역사관을 강제했다.”

관객들의 분위기는 숙연하기까지 하다. 영상홀 출입구는 미처 들어가지 못해 입구에서 화면이라도 보기 위해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호기심에 유슈칸을 찾았다는 한 한국인 관광객은 “본질을 생각하면 섬뜩하지만 정리는 참 잘 돼 있다”고 탄복했다. 일본인이 보면 오죽할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출구 바로 앞 매점에서 기념품을 사던 초등학교 4학년생 유타(10) 군은 “일본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유족이나 참전자를 제외한 일반 일본인들은 야스쿠니신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고이즈미 총리의 잇단 참배로 외교관계가 어그러진 데다 일왕이 A급 전범 합사를 불쾌하게 생각했다는 내용의 궁내청 메모가 공개되면서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매스컴의 중심 뉴스가 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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