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과학자들 스파이 혐의로 수난

  • 입력 2006년 8월 9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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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수출에 관여하던 러시아 과학자들이 잇따라 산업 스파이 혐의로 몰리고 있다.

오스카르 카이비셰프 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초(超)유연금속연구소장은 8일 한국기업에 고급 기밀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러시아 법원에서 집행유예 6년을 선고받았다.

카이비셰프 전 소장의 혐의는 군사용으로도 쓸 수 있는 기술과 기밀 자료를 한국타이어의 자동차 휠 제조 계열사인 ㈜ASA에 불법으로 제공했다는 것. 러시아 당국은 금속의 유연성과 강도를 높이는 문제의 기술이 한국의 우주항공 프로그램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군수 통제 연구원으로 일하던 이고리 수자긴 씨도 지난해 핵잠수함과 미사일발사 경고 시스템을 영국 회사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러시아 검찰은 수자긴 씨로부터 기술을 전달받은 영국 회사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물리학자인 발렌틴 다닐로프 씨도 우주 개발에 사용되는 산업 기술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외국 회사에 넘긴 기술은 국가 기밀에 해당되는 산업 기술이 아니다"며 인권단체와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카이비셰프 전 소장은 재판정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경제개발통상부의 승인을 받고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러시아 학계에서도 "검찰의 기소는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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