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호, 5일 오후 케냐 안착

  • 입력 2006년 8월 6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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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총성 3발이 들려오더니 금세 상황이 끝났습니다. 보트 2척이 워낙 빨리 다가오는 바람에…. 속수무책이었지요."

올해 4월 소말리아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123일 만에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 628 동원호의 황상기(43) 기관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배의 속력을 낮추고 다른 선원들과 함께 창고 뒤로 숨어 총알을 피했다. 어느새 무장단체원 8명은 미리 준비한 사다리를 배에 걸치고 선체에 올라와 있었다.

황 기관장은 "소말리아 부근에는 다시는 얼씬도 하고 싶지도 않다"며 "어서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선원들, 비교적 건강

동원호 소속회사인 동원수산은 선원 25명이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 3시 40분(한국시간 5일 오후 9시 40분) 케냐 몸바사항(港)에 도착했다고 6일 밝혔다.

선원들은 경찰 수색과 검역, 세관 검사 등의 입항 절차와 간단한 건강검진을 마치고 입항 두 시간 20분이 지난 뒤 배에서 내렸다.

최성식(39) 선장은 "가족을 비롯해 염려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에 무사히 돌아왔다"며 "감사한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결과 선원들은 별다른 이상은 없었고 다만 선원 2명이 간단한 피부염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단체, 선원을 '인간 방패'로 이용

선원들은 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장단체의 잔인함에 혀를 내둘렀다.

위신환(39) 갑판장은 "무장단체는 배에서 키우던 개 3마리를 굶겨 죽이고 1마리는 줄에 묶어 바다에 던졌다"며 "선원들을 총으로 위협해 구하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무장단체는 선원들을 '인간 방패'로 삼기도 했다.

납치 당일 함께 조업하던 동원수산 소속 선박의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미군 함정과 대치 상황이 벌어지자 한국인 선원들을 갑판으로 끌어낸 것. 그러는 사이 동원호는 소말리아 영해로 진입했다.

선원들은 입항 직후 억류 생활에 대해 묻자 아직까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선박 군데군데 나있는 총알구멍들이 이들의 고통스러운 생활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한국인 선원 7명, 9일 귀국

한국인 선원 8명 가운데 황상기 기관장을 뺀 7명은 몸바사항 부근에서 휴식을 취한 뒤 항공편으로 케냐 나이로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를 거쳐 9일 오후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황 기관장은 몸바사항에 파견된 동원수산 관계자들에게 선박 인계작업을 마친 뒤 귀국할 계획.

또 외국인 선원 중 중국인 등 8명은 각자의 고국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9명은 동원호의 수리가 끝나는 대로 다시 조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지에서 선원들을 맞은 동원수산 강오순 상무는 "선원들이 처음에는 건강검진 받는 것도 거부할 정도로 지쳐있었다"며 "그러나 6일에는 오전 일찍 일어나 필요한 물건을 사러나가는 등 빨리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몸바사항에는 정달호 외교통상부 재외동포 영사 대사와 염기섭 주(駐) 케냐 대사,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사관 관계자 등이 나와 선원들을 맞았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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