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바 민주화 지원준비 끝났다”

  • 입력 2006년 8월 3일 03시 01분


“지금 쿠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피델 카스트로 의장 사후에도 철권통치 체제를 이어가기 위해 쿠바 지도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권력 이양 작업의 시작이다.”(미국 정보기관 관계자·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권력을 일시 이양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쿠바의 정정(政情)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나는 괜찮아!”=권력 이양 발표 하루 만인 1일 쿠바 국영 TV는 카스트로 의장이 직접 쓴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진단이 나오기 전까지 앞으로 며칠간 내 건강은 안정된 상태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날 국영 방송 아나운서는 직접 카스트로 의장을 만나 성명서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카스트로 의장의 모습이나 음성을 방송하지는 않았다. 성명서는 인쇄한 것이었다.

한편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카스트로 의장이 사망했다고 믿을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라울을 인정할 수 없다”=스노 대변인은 “라울 장관이 쿠바 국민에게 해 온 행동은 그의 형이 해 온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라울 장관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접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쿠바의 민주적 전환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오래전부터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에 대비해 왔다.

그 핵심은 2003년 발족한 ‘자유쿠바 지원을 위한 미국위원회(USAFC)’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이 공동의장이다. 미국은 쿠바 민주화를 위해 2007∼2008년 1억50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무부는 지난해 쿠바 체제 전환 문제를 전담할 기구까지 신설했다.

▽안개 속의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라울 장관은 중국식의 개혁개방에 관심을 보여 왔다. 기업 활동의 자유 확대와 관광산업 개방을 지지해 왔으며 군 운영에도 경영개념을 도입해 5만 명 규모의 쿠바 혁명군은 주요 산업과 플랜테이션 농장, 리조트, 항공사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라울 장관은 카리스마나 정치력, 연설 능력에서 카스트로 의장과 비교할 바가 못 돼 권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수개월 입원 옐친 끝까지 권력 안놓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수술 때문에 동생에게 권력을 일시 이양하면서 재임 중 건강 이상으로 ‘유고(有故) 상황’에 빠졌던 세계 지도자들의 행보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인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는 결국 권력을 내놓은 경우. 1월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샤론 전 총리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다. 몇 차례의 사망 위기는 간신히 넘겼으나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샤론 전 총리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모셰 카차브 대통령은 그의 임기 종료를 선언하고 올메르트 내각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와 달리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수개월 동안 입원해 심한 국정 공백을 가져왔으면서도 끝내 권력을 내놓지 않은 경우.

1996년 7월 대통령선거 직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옐친 전 대통령은 ‘사망설’까지 나돌자 심장병에 걸린 사실을 인정했다. 두 차례나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 폐렴 등 합병증으로 크렘린이 아닌 병원과 별장을 오가며 ‘병상 통치’를 했다. 결국 건강을 회복한 그는 2년이나 권좌를 더 지켰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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