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재검표때까지 수도 봉쇄”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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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가 대선 불복종 시위로 교통이 마비되는 등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좌파 민주혁명당(PRD)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후보의 지지자들은 지난달 30일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집결해 전면적인 재검표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 집계 120만 명, 시위대 자체 추산 200만 명이 모였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시위대의 선두에 서서 레포르마 대로에서 소칼로 광장까지 8km를 행진하며 ‘재검표가 이뤄질 때까지 수도를 봉쇄 점거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직접 소칼로 광장에 세운 임시 텐트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와 함께 밤새우면서 ‘수도 점거 투쟁’에 앞장섰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재검표가 이뤄질 때까지 밤낮으로 머물 것”이라며 “우리의 노력과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간간이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가로수를 따라 곳곳에 텐트를 친 뒤 밤새도록 춤을 추고 구호를 외치며 열광적으로 오브라도르 후보를 응원했다. 도시 동서쪽의 교통은 일찌감치 마비됐다.

지난달 2일 치러진 대선에서 4100만 표 가운데 0.6%인 24만3000표 차로 우파 펠리페 칼데론 후보에게 패한 오브라도르 후보는 ‘전체 투표소 13만 곳 가운데 7만2000곳에서 부정 개표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후보와 지지자들의 주장은 모든 투표용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다시 집계하자는 것. 하지만 우파 진영은 선거법상 봉인 투표지 개봉은 명백한 부정행위 증거가 제시될 때만 가능한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대선분쟁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31일까지 나오도록 규정돼 있으며, 당선자는 9월 6일 확정 발표된다.

외신들은 현재로서는 대선 무효 판결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좌파 시위대가 수도에 대한 봉쇄 점거 투쟁의 수위를 높여 나갈 경우 부분 또는 전면 재검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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