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향한 美무기수송기 英공항 무단경유 파문

  • 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이 이스라엘로 벙커버스터 폭탄을 수송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공항을 아무런 협의 없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영국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에 항의를 표시했다고 AF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벙커버스터 폭탄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벙커를 공격하는 무기다.

마거릿 베킷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위험한 화물을 다루는 데는 절차가 있는데 미국이 이를 무시한 것 같다”며 “이것이 심각한 잘못일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미국에 이미 알렸고,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상황이라면 공식 항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텔레그래프지는 벙커버스터인 GBU28 레이저유도폭탄을 실은 미국의 A310 전세 화물기 2대가 지난 주말 이스라엘로 향하던 도중 재급유와 승무원 휴식을 위해 글래스고의 프레스트윅 공항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프레스트윅 공항은 최근에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이 가능한 제3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던 곳이다.

야당들도 수많은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을 계속 공격 중인 이스라엘에 폭탄을 제공하기 위해 영국의 공항이 사용된 데 대해 정부를 맹렬히 공격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알렉스 샐먼드 당수는 “영국이 미국의 항공모함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자유민주당의 멘지스 캠벨 당수도 “이른바 ‘특별한 관계’라는 미명으로 미국이 영국을 그렇게 할 수 있는 당연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