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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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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통일이 됐고 동독지역 부흥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지만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옛 동독의 라오지츠 지역은 더는 이러한 지적이 들어맞지 않는다.
라오지츠는 1980년대까지 갈탄 탄광지대로 영화를 누렸지만 통독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독일 정부가 환경오염과 비용 과다를 이유로 질이 낮은 갈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 이후 라오지츠는 구덩이가 곳곳에 파인 황량한 지역으로 퇴락했다.
라오지츠 지역의 시장들은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부흥시키자는 데 의기 투합했다. 옛 동독 출신의 도시설계사 롤프 쿤 씨를 채용해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쿤 씨는 라오지츠를 ‘수중 스포츠의 엘도라도’로 바꾼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현재 라오지츠 탄광지대 6만9000km²에는 11개의 인공호수가 조성되고 있다. 강물을 끌어들이고 빗물을 받아 탄광을 채우는 것이다. 인공호수에 물이 모두 차는 시점은 2018년이지만 벌써 부두를 건설했고 다이빙학교와 수중 스포츠센터의 위치도 정해졌다.
라오지츠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최대의 석탄 채굴용 컨베이어 교량인 ‘리히터펠트 F60’. 길이 502m, 폭 202m, 높이 80m에 무게가 1만1000t에 이른다. 관광객들은 5달러의 이용료를 내고 안전모를 쓴 채 이 교량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치 달 표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어둠이 내리면 이 교량에는 다양한 조명이 밝혀져 이국적인 정서도 맛볼 수 있다. 이 교량은 ‘국제 건축 박람회’의 24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것을 반기지만은 않는다. 72세의 한 노인은 “관광이 번영을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라진 일자리는 7만 개였지만 관광지 개발로 생긴 일자리는 아직 800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성으로의 여행’이라는 안내판을 따라가는 관광객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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