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치원생에게 교육칙어 암송케해 물의

  • 입력 2006년 7월 2일 19시 16분


코멘트
일본의 일부 유치원이 유치원생 120명에게 과거 군국주의 교육에 활용됐던 '교육칙어'를 외우게 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오사카(大阪)시 쓰카모토(塚本)유치원과 난코(南港)사쿠라유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수업 첫 시간에 담임의 지도로 교육칙어를 암송시켰다.

교육칙어는 메이지(明治) 일왕의 이름으로 1890년 공포된 교육기본이념으로 '신민(臣民)의 충효가 국체(國體)의 정수'라고 규정했다. 일제의 본격 침략기인 1930~1940년대에는 군국주의 교육 용도로 사용됐다.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인 1948년 교육칙어를 폐지하고 개인의 존엄을 기본정신으로 한 교육기본법을 제정했다.

유치원 측은 "어려서부터 애국심과 공공정신, 도덕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칙어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학부모들은 "이런 교육을 하는 줄 모르고 입학시켰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부과학성도 "교육칙어를 가르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칙어는 교육기본법 개정을 둘러싸고 일본 국회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교육칙어의 부활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여당인 자민당 등에서는 "교육칙어의 도덕이념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