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열도의 붉은악마 23일밤 ‘대사관’ 집합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응원명소로 떠오른 ‘대사관 신주쿠점’. 토고전이 열린 13일 밤 교민들이 음식점 주차장에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응원명소로 떠오른 ‘대사관 신주쿠점’. 토고전이 열린 13일 밤 교민들이 음식점 주차장에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2006 독일 월드컵 한국과 토고 경기가 열린 13일 밤,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구의 쇼쿠안(職安) 거리 일대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교포와 유학생들로 ‘붉은 물결’을 이뤘다.

특히 쇼쿠안 거리 중심부의 한국 음식점인 ‘대사관 신주쿠점’은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재일 한국인들의 응원 명소로 자리를 잡으면서 도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 자동차 10대 정도를 수용하는 주차장에는 500명이 훨씬 넘는 응원단이 꽉 들어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교민들은 주차장 앞쪽에 걸린 500인치 대형 스크린에서 태극전사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대사관 신주쿠점이 문을 연 것은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두 달 전인 2002년 4월. 당시만 해도 쇼쿠안 거리 일대는 점잖은 일본인이라면 가기를 꺼렸다. 도쿄 최대의 유흥가이자 우범지역인 가부키(歌舞伎) 정과 붙어 있어 ‘위험하고 저급한 동네’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일 월드컵 이후 한류 붐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점과 상점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곳은 한류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가 보고 싶어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으로 변모했다.

대사관 신주쿠점의 김진(36·여) 점장은 “이번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한두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찼다”면서 “응원 축제에는 교포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고전이 열렸을 때는 한국인 친구 등과 함께 온 일본인이 응원단의 20∼30%를 차지했다는 것.

12일 일본-호주전이 열렸을 때는 일본 대표팀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 300여 명이 이 식당 주차장에 모여 “일본, 일본”, “일본 힘내라”를 외치며 응원했다.

이들이 도쿄에 숱하게 있는 스포츠카페를 놔두고 굳이 쇼쿠안 거리를 찾는 것은 서울의 ‘붉은 악마’가 펼치는 한국식 응원 열기에 간접적으로나마 젖어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본 치안당국은 쇼쿠안 거리의 응원 열기를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일본 경찰은 새벽에 주차장 응원을 하면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24일 한국-스위스전의 응원 장소를 실내로 제한했다.

김 점장은 “한국팀이 16강전에 진출해 주차장에서 다시 한번 붉은 악마의 함성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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