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빌팽의 막말…야당당수에 “비겁하다” 비난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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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드빌팽(사진) 프랑스 총리가 20일 하원에서 사회당 당수를 향해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바람에 프랑스 정계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야권에선 드빌팽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고 일부는 조기 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사태는 야권이 에어버스의 생산 차질을 따지고, 노엘 포르자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공동 사장의 주식 처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를 비판한 데서 비롯됐다. 에어버스를 생산하는 EADS의 포르자르 사장은 에어버스 A380의 인도 지연 발표로 주가가 폭락하기 3개월 전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는 이 문제를 놓고 정부의 책임을 따지면서 총리와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드빌팽 총리는 공격을 받자 올랑드 당수를 향해 “당신의 안이함을 비판하며 당신의 태도에 있는 ‘비겁함’을 거론하고 싶다”고 반격했다. 이에 사회당 의원들은 “물러나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일부 의원은 총리 쪽으로 돌진했으나 보안요원들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드빌팽 총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비겁함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회당 의원들은 결국 회의장을 떠나면서 “총리의 사과가 없으면 21일 의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집권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일부 의원도 “총리의 발언으로 의회가 비참한 모습을 연출했다”며 드빌팽 총리를 비난했다.

드빌팽 총리는 지난해 인종문제와 관련된 소요 사태와 올해 초의 고용법 반대 시위를 거치면서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드빌팽 총리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73%로 나타났다.

프랑스 언론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드빌팽 총리가 이번 발언 사태로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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