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기업 美항만 운영권 포기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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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볼티모어 등 미국의 6개 주요 항만의 운영권 인수를 추진해 온 아랍에미리트 국영회사 ‘두바이포트월드(DPW)’가 9일 인수를 포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에드워드 빌키 DPW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68억 달러에 인수한 영국계 P&O사의 미국 부문을 미 업체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P&O사의 미 항만 운영 매출은 P&O사 전체 매출의 10% 정도로 알려졌다.

이로써 인수를 승인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이를 저지하려는 의회가 정면대결하며 펼쳐 온 3주간의 ‘항만 안보’ 논쟁은 일단락됐다.

DPW의 미 항만 운영권 인수가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반대해 온 공화당 의원들과 백악관은 이 발표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앞서 하원 세출위원회는 8일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경고에도 불구하고 DPW의 항만 운영권 인수를 금지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62 대 2로 통과시켰다. 상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었다.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은 DPW의 인수 포기 발표가 나오기 불과 몇 시간 전인 9일 오전 DPW의 항만 운영권 인수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다.

민주당 의원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 의원 다수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섬으로써 DPW가 자진 포기를 하지 않았다면 부시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고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DPW의 항만 운영권 포기는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DPW가 포기한 미 항만 운영권을 미 업체가 인수하게 될지는 불투명한 상태. 미 언론 매체들은 SSA머린, 칼라일 그룹, 블랙스톤 그룹 등의 인수 가능성을 거론했다.

아랍계인 DPW가 항만 운영권을 인수하려 하자 미 의회와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반대한 것은 미국인들의 이슬람과 아랍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이는 또한 이슬람권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던, 가뜩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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