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주한 미군사령관 “한국, 미군주둔비 부담 늘려야”

  • 입력 2006년 3월 9일 02시 59분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7일(현지 시간) “한국이 적절하게 방위비를 분담할 뜻이 있느냐가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주둔을 필요로 하고 존중하느냐를 보여 주는 징표”라며 앞으로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 추가 부담을 요구할 계획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벨 사령관은 이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강조한 뒤 “양국 동맹 파트너십의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고 주한미군을 합당하게(properly)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또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 시점을 전후해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다국적 연합군 기구(Coalition)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전시작전권 이양 요구는 미군이 ‘지원자 역할’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럴 경우 미국의 지원 역할은 해군과 공군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벨 사령관이 밝힌 구상은 주한미군의 장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밑그림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8일 “올해 하반기부터 특사가 임명돼 미국 측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개시할 것이며 한국의 국익과 형편에 맞는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 확대=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권 환수가 성사되면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벨 사령관도 청문회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군사작전을 펴기를 희망하는 만큼 주한미군은 현재의 한미연합사 중심 편제에서 보조 역할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엔사를 명실상부한 ‘다국적 연합군 기구’로 확대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 미국을 제외한 15개 6·25전쟁 참전국이 인력 증원을 하면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벨 사령관의 발언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윤 장관도 “벨 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어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 같다”며 “벨 사령관이 귀국하면 (자세한 내용을) 물어 볼 것”이라고만 했다.

▽제3함대 기지 논란=벨 사령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올해 6월 하순 완공될 한국 해군 제3함대 기지엔 핵 추진 항공모함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1992년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핵 반입 금지를 천명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벨 사령관의 발언은 민감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윤 장관이 즉각 제3함대 기지는 미군의 항모 정박을 염두에 두고 건립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벨 사령관은 가능성을 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3함대 기지는 일반 해군함정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졌다”며 “과거에도 미 항모는 항상 외항에 정박했으며 해군 기지에 입항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위비 분담 압박=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규모는 2000년 이후 환율 변동에 따른 이상 폭등을 제외하면 매년 7.8∼16.2% 늘어났다. 그러나 2005년에는 전년보다 분담액이 6700만 달러 감소하면서 양국 간에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라크전쟁 등으로 재정 적자가 커 가는 미국은 올해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 규모의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벨 사령관은 한국의 공평하고 적절한 방위비 분담 의지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존중하는지를 보여 주는 확실한 표시라고까지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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