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베트남 국가주석이 日서 고개 숙인 이유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쩐득르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경단련 회장에게 머리를 숙였다.

1일 베트남을 방문 중인 오쿠다 회장과 회담을 하는 자리에서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쿠다 회장이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에서 노동쟁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자 쩐 주석은 “임금 문제가 원인이다. 문제가 악화된 책임은 베트남 측에 있다”며 선뜻 사과했다. 그는 동시에 “정부와 노사가 대화를 하면 해결할 수 있다”면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뜻까지 비쳤다고 한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다. 즉 노동자가 주인인 나라다. 이런 나라의 국가원수가 자기 나라의 노동자를 두둔하는 대신 외국 자본가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노동쟁의가 악화되면 기업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노동자들은 임금 몇 푼 더 챙기려다 소중한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노동쟁의의 심각성에 관한 한 베트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베트남의 파업은 한 달에 50달러(약 4만8000원) 안팎인 월급을 올려 달라는 ‘생계형’ 파업이다. 반면 한국은 연봉이 많고 복지 혜택이 많은 대형 사업장에서 대기업 노조원들이 파업에 앞장서고 있다. 외국인들이 ‘죽도록 파업하는 나라’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기업 노조뿐만 아니다. 시민의 발이자 산업 물류의 동맥인 지하철과 철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불법 파업도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이번 철도 파업은 해고자 복직 등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진짜 이유는 비정규직 법안 처리에 대한 불만에 있다는 말도 들린다.

최근 일본에서는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거나 채용 일정을 너도나도 앞당기고 있다. 심지어 대학 3학년생을 미리 채용하거나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 위해 해외여행 특전을 주는 기업도 있다.

몇 년 전부터 파견 근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고용에 대한 과보호를 없애고 기업들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도록 한 것이 선순환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노동계와 정부는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일자리의 유지와 창출’을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 깊이 되새겨 보기를 권한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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