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의 두 얼굴…과학은 말의 성찬, 외교는 말의 빈곤

  • 입력 2006년 2월 1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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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말의 성찬…“세계5위 과학국 된다” 117조 투입 15년계획 발표

중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야심 찬 청사진을 마련했다.

중국 국무원은 우주와 생명공학 등 8대 분야에서 27개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향후 15년 내에 세계 5위의 과학강국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9일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발전규획 요강(2006∼2020년)’을 발표했다.

국무원 관계자는 “중국이 경제강국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낙후된 과학기술 때문”이라며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자주창신(自主創新) 능력과 최첨단 핵심기술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강의 핵심은 중장기 계획의 목표시한인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5%인 9000억 위안(약 117조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미래 첨단기술 개발능력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것. 이를 통해 지적재산권과 과학잡지 인용 논문수에서 세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정했다. 또 과학기술의 경제발전 공헌도를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외국기술 의존도는 3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생명공학 분야에서 동식물 유전자 조작과 단백질 공정, 줄기세포를 통한 인체장기 개발 기술 등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공간(空間) 분야에서는 달 탐사 계획의 추진과 유인 우주선 발사, 미국 보잉사와 프랑스 에어버스사가 양분하고 있는 대형 항공기 개발 시장 진출 계획이 포함됐다.

요강은 또 출생률 억제와 출생 인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향후 15년간 인구를 15억 명 선에서 억제하되 결함 출생률이 3% 이내가 되도록 관련 의학발전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자국기업 개발제품 우선 구매 △기술 표준 선정 △신기술 개발 투자기업 세제 혜택 등 국가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외교는 말의 빈곤…前베이징대교수 “외교부 브리핑 같은 말만 되풀이”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은 ‘모르쇠’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외교 현안에 관한 한 그 정도가 심하다.

자오궈뱌오(焦國標) 전 베이징(北京)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10일 홍콩 핀궈(빈果)일보에 기고한 ‘중국 외교부의 전용 어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국 외교당국의 이런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자오 전 교수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무중생유(無中生有·없는 사실을 꾸며낸다)’, ‘축의왜곡(蓄意歪曲·본래 뜻을 왜곡한다)’, ‘설삼도사(說三道四·멋대로 지껄인다)’ 등 3개의 용어만으로 대부분의 외교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자오 전 교수는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설삼도사와 외교부를 입력하자 모두 2만6800건이 검색됐고 무중생유와 외교부는 1만6700건, 축의왜곡과 외교부는 6000여 건이나 나왔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 민주화나 중국 인권문제처럼 귀에 거슬리는 주장이 나오면 “설삼도사하지 말라”고 비난하고, 공식 발표 내용과 조금이라도 틀리면 “축의왜곡”, 확인해주기 싫은 민감한 현안은 “무중생유”라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극비 방중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중생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나 최근 광둥(廣東)성 산웨이(汕尾) 시위대 발포사건에 대해서는 반대로 ‘유중무생(有中無生·있는 사실을 없다고 한다)’의 태도를 보인다.

자오 전 교수는 “중국어의 풍부한 조어 능력과 외교관 특유의 어휘 구사능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부가 이 세 가지 어휘에만 매달리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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