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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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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15일 서거한 자비르 국왕의 뒤를 이어 즉위할 예정이었던 자비르 국왕의 사촌동생 사드(75) 왕세제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물러났으며, 사실상의 통치자 역할을 해 온 자비르 국왕의 이복동생 사바 알아마드 알사바(76) 총리가 새 쿠웨이트 국왕으로 지명됐다고 24일 보도했다.
의회는 “사드 왕세제는 1997년 결장암 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통치능력이 없다”며 의원 65명 전원 찬성으로 그의 퇴위를 결정했다. 쿠웨이트 헌법은 의회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을 때 건강 문제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국왕의 퇴위를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의회가 건강을 이유로 국왕을 표결로 몰아낸 것은 아랍 중동권에서는 처음이다.
사바 총리는 1963∼1991년 외교장관을 지내는 동안 친미(親美) 정책을 채택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의 시련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관측통들은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자원부국이자 친미 노선을 견지해 온 쿠웨이트의 에너지 정책과 대외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바 총리는 총리 직에 오른 뒤 쿠웨이트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정치, 경제 개혁을 가속화해 왔다.
또 2005년에는 정부 개혁을 밀어붙여 사상 처음 여성에게 투표권과 선출직 출마권을 부여했다. 1991년 3월 다국적군이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을 몰아내자 근처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던 왕족 중 가장 먼저 쿠웨이트로 돌아와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인 계급과 자유주의 성향 의원들에게는 경제 개혁을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54년 영국 헨든경찰학교를 졸업한 뒤 1959년 경찰·공안부 차관으로 임명될 때까지 경찰 내 주요 자리를 거쳤다. 1997년 심장 맥박조정기 수술을 받은 뒤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으나 건강은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 총리는 다음 주 의회 인준 과정을 거쳐 새 국왕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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