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수적인 중산층이 할리우드 영화의 폭력과 선정성을 비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일. 그러나 ‘연대보호펀드(ADF)’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은 ‘말로만 하는 비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 의회, 시 의회를 움직여서 구체적인 행동 규제까지 수립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의 스코츠데일 시 경찰은 지난해 말 성인 카바레 2곳을 급습해 81건의 법 위반 사례를 찾아냈다. 시 의회는 지난해 12월 기다렸다는 듯이 “성인 카바레 2곳은 내부공사가 끝나는 올 3월까지 반라(半裸)의 댄서와 고객 사이에 차단막을 세워라”고 결정했다.
의회는 워싱턴 주 시애틀,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내려졌다며 ‘차단막 결정’을 밀어붙였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문제의 카바레 주인이 제나 제임슨이라는 잘 알려진 작가 겸 포르노 스타였기 때문. 그는 10일 “주민투표를 통해 시 의회의 결정을 뒤집고 말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종교 우파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동참하고 있다.
텍사스 주의 ‘치어리더 규제’ 역시 논란 속에 주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주 하원은 지난해 5월 “여고생 치어리더의 복장과 몸동작이 얼마나 성적으로 자극적인지를 살핀 후 제한할 수 있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주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규제 찬성론자들도 어떤 복장과 어떤 응원 동작이 ‘자극적’인지 꼽아 보라는 질문에는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냥 “(치어리더들의 몸동작을) 본 사람은 말 안 해도 안다”는 정도의 답이 돌아온다고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더구나 콜로라도 주에서 ‘순결 전도사’를 자임해 온 한 중소도시 시장이 매춘 혐의로 기소되면서 ‘위선 논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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