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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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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A의 글로벌 파워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10월 총기 규제에 관한 브라질 국민투표. 총기로 인한 사망자 비율 세계 2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반대 64%, 찬성 36%로 총기 거래 금지 법안은 부결됐다. 국제적인 총기 규제 운동 단체들로선 뼈아픈 패배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국민투표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73%나 됐다. 투표 결과는 180도 역전된 것이었다. 투표 며칠 전부터 브라질 TV방송 프라임타임에 나간 광고의 영향력이 컸다.
광고의 메시지는 단순 명료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감옥에서 풀려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들이 나온 뒤 “당신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자유를 놓쳐선 안 된다”는 앵커의 설명이 이어진다. 총기 소지는 곧 자유와 인권의 수호이며 독재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
이런 총기 옹호(pro-gun) 캠페인의 배후엔 NRA가 있었다는 게 포린 폴리시의 분석. 2003년 8월 NRA 로비스트가 브라질 대도시를 잇달아 방문해 총기 옹호 캠페인의 정치투쟁 논리와 노하우를 전수한 뒤 극소수 조직이었던 브라질 총기 관련 단체가 급성장했다는 것.
NRA는 지난 20여 년 동안 호주와 영국 캐나다에서 총기 규제(anti-gun) 법안에 반대하는 활동을 다각도로 지원해 왔다. 총기 옹호론을 펼쳐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미국 경제학자 존 로트의 저서 ‘더 많은 총, 더 적은 범죄’ 포르투갈어판은 출간되기 무섭게 브라질 의원 전원에게 배포됐다.
유엔에서 비정부기구로 공식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NRA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 주는 사례. NRA는 유엔에 대표까지 내보내고 있다. 2001년 소형무기규제 유엔회의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존 볼턴 현 유엔대사가 NRA의 주장을 정확하게 대변해 회의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기도 했다.
NRA의 주장은 총기를 규제한다고 범죄를 막을 순 없다는 것. 이런 논리의 배경에 깔린 NRA의 진짜 목적은? 미국은 총기 소지 인구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세계 총기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 따라서 국제적 총기 규제 운동을 막지 못하면 미국의 총기업자들이 세계 총기 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 총기업자들은 NRA의 큰손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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