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SA, 당신비밀 전부 엿듣는다”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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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묘사한 빅브러더인가? 뉴욕타임스는 25일 NSA가 정보의 독점과 일상적 감시를 상징하는 ‘전체주의의 화신’ 빅브러더에 가장 근접한 기구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산악지대의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슈거그로브 해군통신기지. 라디오조차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가 소리 없이 시간당 수백만 건의 개인전화와 e메일 통신을 추적하고 있다. 바로 NSA의 미국 동부지역 관할 도청기지다. 서부지역은 워싱턴 주 야키마 포격센터에서 맡는다.》

30년 전인 1975년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프랭크 처치 의원은 1952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당시 극비리에 만들어져 그 존재조차 부인돼 왔던 NSA를 조사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그는 “이 기구가 미국인을 향해 운영된다면 미국에서는 어떤 프라이버시의 공간도 없을 것”이라며 “NSA는 완전한 독재를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처음 생길 때만 해도 NSA는 전화나 전신만을 들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e메일, 인터넷상의 금융 및 의료기록 확인은 물론 휴대전화 도청까지 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점차 중앙정보국(CIA)이나 연방수사국(FBI)을 능가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NSA 국장인 마이클 헤이든 장군은 한 인터뷰에서 NSA는 9·11테러 하루 전날 2개의 메시지를 잡아냈다고 밝혔다. 하나는 ‘경기는 내일 시작된다’, 또 하나는 ‘내일이 영시(零時)’라는 것.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 기지에서 잡힌 이 메시지는 아쉽게도 9월 11일까지 번역되지 못했고 9월 12일까지 상부로 배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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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A라도 테러와 연계된 미국 내 시민을 도청하기 위해서는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에서 영장을 받아야 한다. FISC는 영장발부 요청을 거의 기각하지 않는다. 1978년 이후 약 1만9000건의 영장을 발부하면서 단지 5건만 기각했을 뿐이다.

9·11테러 전만 하더라도 NSA는 FBI의 기술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소수의 미국인만을 도청해 왔고 대부분 FISC의 영장을 받았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FISC를 거치지 않고 바로 도청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영장을 받아 한 번에 10명 정도를 감시했으나 지금은 일단 수백 명, 수천 명을 도청하고 나서 이 중 결백한 사람을 걸러내고 의혹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영장을 청구하는 식이 된 것이다.

NSA 본부는 수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에 자리 잡고 있다. NSA는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와 함께 전 세계 위성도청망인 ‘에셜론’을 운영하는 주체로 여겨진다. 에셜론에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와 미군기지에 주요 도청시설을 두고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파월 “평화 위해 정부도청 지지”▼

콜린 파월(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테러 예방을 위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도청을 지지했다.

파월 전 장관은 ABC방송의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이런 종류의 행동을 취한 데 잘못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내 판단으로는 영장을 발부받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비상상황이었다면 일단 도청을 하고 사후영장을 받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지낸 파월 전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권한을 위반했는지는 의회가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도청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계속돼야 한다”며 “아무도 대통령이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파월 전 장관은 자신이 각료로 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영장 없는 국가안보국(NSA) 도청을 승인했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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