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적자 해법, 엔화서 위안화로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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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9월 극비리에 미국 출장길에 오른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당시 일본 대장상은 골프복 차림으로 공항에 나타났다. 수행 직원은 “천기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했다. 9월 22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대폭 떨어뜨린다는 게 골자. 20세기 후반의 세계 경제질서를 새롭게 짠 플라자합의는 이렇게 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미국의 눈덩이 적자=선진국들의 외환시장 협조 개입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합의 직전 240엔대에서 거래되던 달러화는 2년 뒤인 1987년 말 120엔 선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여건을 개선했지만 무역적자는 오히려 불어났다. 일본이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한 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년 사이 6배 늘었다.

일본 경제계는 플라자합의가 장기 불황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20년 전의 그날’을 착잡하게 되돌아보고 있다.

엔화 상승에 따른 수출 감소로 경기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당시 일본 정부가 내수 확대를 겨냥해 금리 인하에 나선 결과 자산 거품이 형성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수출악화-경기둔화-금리인하-자산투자 급증-거품 형성 및 붕괴-금융부실’의 악순환이 빚어진 것.

그나마 최근 닛케이 주가가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과녁은 엔화에서 위안화로=전문가들은 “미국이 절상 압력을 가하는 대상이 20년 전의 엔화에서 이번엔 중국 위안화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보호무역주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측에 위안화 추가 절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의 실패를 지켜본 중국 당국이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

세계 금융계는 23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원유가 상승과 위안화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산유국과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풀리기 힘든 과제라는 점에서 이는 기존 선진국 그룹의 약화를 상징한다”며 “중국 인도의 대두와 신흥국들의 성장으로 플라자합의와 같은 선진국 간 국제협조도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플라자합의:

1985년 9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 5개국이 합의한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안. 이 합의에 따라 당시 강세였던 달러화가 약세로 반전됐다.

플라자합의 이후 주요국 경제상황 비교
-미국일본독일중국
GDP(조 달러)1985년4.221.620.740.28
1995년7.394.862.440.70
2004년11.734.873.001.64
실업률(%)1985년7.22.68.21.8
1995년5.63.29.42.9
2004년5.54.610.64.2
경상수지(억 달러)1985년―1181622356―114
1995년―1094921―29416
2004년―665917621141686
연말 환율 기준. 1985년의 독일 수치는 서독만 계산.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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