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연정국면 돌입]“마술은 계속된다” “꿈은 이루어진다”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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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짝짓기 승부수로 재기 노려▼

18일 선거 직후 유권자 앞에 나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활짝 웃으며 양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의 표정 어디에도 제1당의 자리를 내준 패배자의 그림자는 없었다. 그럴 만한 결과였다. 초반 열세를 딛고 34.3%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야당의 정권 획득을 일단 저지했기 때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슈뢰더 총리는 경제개혁에 발목이 잡히자 5월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리 직을 내건 도박을 감행한 것. 지난달 말까지도 지지율은 야당에 10%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하지만 그는 이달 초 TV 토론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달변으로 열세를 만회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중의 반감을 산 야당의 세금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맞서는 기존의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결국 기민련―기사련에 3석밖에 뒤지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 낸 그를 언론들은 ‘정치판의 마술사’라고 불렀다. 그는 2002년 선거 때도 역전승을 거뒀다. 짝짓기가 승부를 가를 연정 정국에서 그가 또 어떤 ‘마술’을 부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켈, 동독출신 여성총리 후보로▼

‘독일판 마거릿 대처’를 꿈꾸던 앙겔라 메르켈 기독민주연합 당수의 꿈은 18일 선거 결과로 인해 잠시 미뤄졌다.

선거전 초반의 우세한 지지율만 유지했더라도 그의 꿈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선거전 중반에 터져 나온 같은 진영 인사의 실언이 지지율을 깎아내렸다.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연합의 에드문트 슈토이버 당수가 “좌절한 동독 지역 주민들에게 독일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한 발언으로 동독 지역에서의 표가 상당 부분 잠식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여성 총리의 탄생을 달가워하지 않는 보수적인 유권자가 아직 많다는 점도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의 원인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메르켈 당수는 동독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남성 위주의 정치판에서 입문 15년 만에 총리 후보에 올랐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정 협상의 진행에 따라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메르켈 당수는 이번 선거에서 기민련의 경제 회생 정책을 집중 홍보하면서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베를린=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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