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부 보수주의 이론 한국계 교수가 근거 제공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계인 존 유(38·사진) 미국 버클리대 법대 교수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외교정책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등 핵심적인 보수 이론가로 부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유 교수는 2001∼2003년 미 법무부에 근무할 때 테러리스트에게는 제네바협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이른바 ‘고문(拷問) 메모’를 작성했다. 당시 유 교수의 논리는 “테러리스트는 국가가 아니고 국가 간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만큼 일반적인 전쟁 포로와는 다르다”는 것. 이 신문은 미국에 이민 온 유 교수가 보수적인 이론가로 성장하는 데에는 부모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둘 다 의사인 부모는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매우 좋아할 정도로 보수 성향이 뚜렷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법과대학원에 들어간 유 교수는 보수적인 법조인들의 모임인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 보수 성향 법조인들의 서기를 지내면서 인맥을 넓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 보수주의의 거두인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테니스를 함께 칠 정도로 미 보수 엘리트들과 교분을 돈독히 했다.

그의 분석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머스 대법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미 헌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우리가 ‘당신은 지금 마치 미국 건국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농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 교수의 부인 엘자 아넷 씨도 비판자 중 한 명. 엘자 씨는 걸프전 당시 CNN 바그다드 특파원으로 맹활약했던 피터 아넷 씨의 딸이다. 학풍이 자유분방한 버클리대 학생들은 지난해 유 교수가 자신의 이론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교수 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여전히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그는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이라크인 포로 학대 파문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메모는 테러 정보를 알 만한 테러리스트들을 조사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