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남부 대혼돈]뉴올리언스 시장-부시 비교되는 리더십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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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이긴’ 市長▼

처참하게 망가진 뉴올리언스의 레이 내긴(49) 시장이 보여 주고 있는 ‘함장(艦長)형 리더십’이 눈길을 끈다.

내긴 시장은 뉴올리언스의 80%가 물에 잠긴 지난 1주일 동안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집도 물에 잠겨 부인과 세 자녀를 대피시킨 그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내 하야트 호텔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사태 수습을 지휘했다.

대부분의 시 간부들은 뉴올리언스에서 약 110km 떨어진 주도 배턴루지로 떠났지만, 내긴 시장은 일부 직원들만 데리고 시내에 계속 남아 있는 것. 이를 두고 그의 지지자들은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 준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연방정부의 늑장 대응을 강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2년 3월 인구 48만5000명에 연간 관광객이 1000만 명이 넘는 뉴올리언스 시장에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그는 흑인 주민들의 ‘성공 신화’였다.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전화통화도 안 되는 곳에서는 효율적인 사태수습 지휘를 할 수 없다며 그에 대해 고집불통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특히 무법천지가 된 슈퍼돔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두고 겁쟁이라는 비판도 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물에 잠긴’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부시 대통령은 재난 발생 5일째인 2일 뒤늦게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그런데도 뉴올리언스의 수재민들이 수용돼 있는 슈퍼돔엔 들르지도 않았다. 백악관은 대통령 방문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9·11테러 당시 직접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을 격려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심지어 뉴올리언스 공항에서는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 등을 만난 뒤 공항 터미널에 마련된 임시병원조차 방문하지 않은 채 워싱턴으로 돌아가 버렸다.

또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선 “뉴올리언스 제방이 붕괴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줄곧 제기된 제방 붕괴 위험성에 대해 무지했다는 사실을 드러낸 셈이다. ‘무관심이 대형살상무기보다 더 위험하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천만다행으로 뉴올리언스 일대의 무정부상태는 3일부터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슈퍼돔과 컨벤션센터에 방치돼 있던 수만 명의 이재민들에 대한 주방위군의 소개 작전이 끝났고, 치안상태도 크게 회복됐다.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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