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현직 총리3人 엇갈리는 행보]하시모토 “떠나렵니다”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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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본의 총선 정국에서 전현직 총리 3인의 엇갈린 행보가 화제다. 총리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을 이끌며 재집권을 시도했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는 20일 총선 불출마를 발표하고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 연장 필요성을 제기하며 영향력 유지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중의원 해산으로 지지율이 치솟은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민영화를 쟁점으로 밀어붙이며 선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전직 총리의 쓸쓸한 퇴장=하시모토 전 총리는 20일 지역구인 오카야마(岡山) 현에서 열린 후원자 모임에서 “전부터 물러날 때를 생각해 왔다. 건강 문제도 있고 해서 이번엔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전 총리는 2001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치과연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엔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이 구속되는 등 궁지에 몰려 왔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자 지난해 7월 하시모토파 회장 사임과 함께 ‘차기 선거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당 집행부는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출마 원칙을 내세워 “특정인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배제 방침을 정했다. 결국 그는 차남이 지역구를 물려받는 조건으로 40여 년 간의 정치인생을 마감하게 됐다.

구 다나카파를 잇는 하시모토파는 한때 자민당 국회의원의 40%가량을 거느릴 정도로 위세를 떨쳤지만 2001년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하면서 퇴조하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들은 하시모토 전 총리의 정계 은퇴를 전후(戰後) 일본 정계를 좌지우지한 파벌정치의 종언을 알리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이즈미 장기집권 실현되나=모리 전 총리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선거에서 이기면 자민당 총재의 임기를 1년 연장해 고이즈미 총리가 새로운 자민당을 만들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련의 정국 혼란으로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은 상태”라며 “상처를 꿰매고 실을 뽑아 환자가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는 확실히 하겠다”고 말해 임기 연장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

정계에서는 중의원 해산을 놓고 고이즈미 총리와 심한 언쟁을 벌였던 모리 전 총리가 앞장서서 고이즈미 장기집권 논의의 물꼬를 터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고이즈미 바람’에 힘입어 자민당 승리가 유력해지자 모리 전 총리가 자신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총대를 멨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모리파는 고이즈미 총리의 친정 파벌이라는 점을 내세워 당과 정부의 요직을 대거 차지하며 세력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모리 전 총리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는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우정민영화에 반대표를 던진 자민당 반대세력이 21일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신당 결성을 발표했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도는 계속 오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17∼19일 32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53.2%로 나타나 중의원 해산 직후인 9일 조사 때보다 5.5%포인트 상승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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