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통제권 넘보지마”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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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계속 유지될 것인가.

지금 ‘인터넷 민주화론자’들의 관심은 스위스 제네바에 온통 쏠려 있다. 18일 이곳에서 유엔의 ‘인터넷 지배에 대한 실무작업그룹(WGIG)’이 바람직한 인터넷 지배구조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종주국 미국.

미국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를 통해 인터넷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의 위력이 국경을 초월해 갈수록 커지면서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미국의 ‘인터넷 지배’

지난달 30일 미국 상무부는 ICANN에 대한 통제권을 내놓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ICANN은 인터넷 도메인 이름을 관리하는 기구. 이날 발표는 유엔 보고서를 염두에 둔 ‘선제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 관리가 분산되면 ‘보안과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C넷도 최근 “인터넷의 다극화가 이뤄지면 디지털 빈부격차 해소를 이유로 도메인 이름에 국가가 세금을 부과하거나 ‘루트 서버’가 비효율적으로 중복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루트 서버는 전화 교환기처럼 사용자의 인터넷 주소와 가려는 인터넷 주소를 인식해 이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최상위 컴퓨터. 세계 어느 지역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더라도 13개 루트 서버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현재 총 13개 루트 서버 가운데 10개가 미국에 있다. 이 역시 미국의 인터넷 지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 유엔과 개발도상국, “권한을 넘겨 달라”

미국의 인터넷 지배를 반대하는 쪽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다수의 개도국, 정보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비정부기구(NGO)들.

이들은 도메인을 관리하는 기구가 미국 상무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점이 인터넷 체제가 자율적이거나 평등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터넷을 유엔 산하의 기구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18일 발표될 보고서는 이들에게 호의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발간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 시안을 입수해 “‘어느 단일 정부도 국제적인 인터넷 지배체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ICANN을 대신해 다국적 관리기구인 ‘거버넌스 포럼’을 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 인터넷 다극화론 힘 실릴 듯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보고서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가 단순히 권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인터넷 지배’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해도 깔려 있다. 도메인 등록비용만 연간 10억 달러(약 1조 원) 수준. 게다가 ‘.web’이나 ‘.sex’ 같은 새로운 도메인을 배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엄청난 권력이다.

그렇다고 이번 보고서가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인터넷 다극화론이 공론화되는 것 자체가 미국엔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WGIG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인터넷 다극화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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