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의회선거 부동층 막판 집권당에 등돌려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코멘트

내년 9월 일본 중의원 선거의 향배를 가늠할 ‘중간 선거’로 주목받아온 3일의 도쿄(東京)도 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기가 꺾였다. 반면 의석을 대폭 늘린 제1야당 민주당은 내년 중의원 선거까지 기세를 살려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4일 개표 완료 결과 총 127석 가운데 자민당 의석은 현 51석보다 3석이 준 48석으로 나타났다. 투표율 43.99%. 1997년(40.48%)에 이어 도쿄도 의회 사상 2번째로 낮았다

부동층의 상당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돌풍’에 휩쓸려 자민당 후보를 찍었던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로 기운 것으로 아사히신문 출구조사 결과 드러났다.

민주당 후보들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로 헝클어진 자민당의 아시아 외교 부재 △고이즈미 총리가 자민당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력히 추진 중인 우정민영화 법안의 문제점을 집중 공격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지사의 독선적 행태에 실망한 여론도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안긴 측면이 있다. 무소속인 이시하라 지사는 상당수의 자민당 후보 선거구를 돌며 지지 연설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립을 통해 도쿄도 의회의 과반 의석을 일단 확보는 했지만 공명당 의존도는 더욱 확연해졌다. 종교단체인 창가학회 조직과 지지자를 기반으로 한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23명 후보 전원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결속력을 과시했다. 공명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선거구에서 당선된 자민당 후보들은 창가학회 표가 없었다면 떨어졌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한편 교도통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얼굴’이었다는 점을 들어 ‘포스트 고이즈미’ 경쟁 구도에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민당이 사실상 패배한 만큼 총리후보감 1순위 자리를 지켜온 아베 간사장 대리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내년 9월 고이즈미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까지 1년 이상 ‘포스트 고이즈미’ 경쟁은 예측 불허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5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우정민영화 법안이 자민당 내 ‘반란’으로 부결되면 의회를 해산할 것이라고 강경 태세를 보이고 있다. 자민당 지도부는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에 더욱 자극받아 우정민영화 법안 가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