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大選 빈곤타파 내세운 후보 돌풍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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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국가인 이란의 대통령선거에서도 ‘먹고사는 문제’가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빈곤 탈출을 원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은 후보들이 의외의 선전을 한 반면 개혁 개방 등 정치성 구호를 앞세운 거물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8일 이란의 선거감독기구인 혁명수호위원회(GC)의 개표 결과 7명의 후보 중 온건보수파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21.1%, 강경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테헤란 시장이 19.3%의 득표를 올렸다.

이날 GC는 “과반 득표자가 없어 이들 두 후보 간 결선투표가 24일 실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표율은 4700만 명의 유권자 중 3200만 명이 선거에 참여해 68.1%.

예상과 달리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선두인 라프산자니 후보(27.1%)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던 개혁파 무스타파 모인 전 교육부 장관(18.9%)이 13.7%(5위), 강경보수파 모하마드 바크르 칼리바프 전 경찰총수(16.5%)는 13.9%(4위)를 기록했다. 3위는 개혁파 성직자인 메디 카루비 후보(17.5%).

아마디네자드 후보의 선전은 이번 대선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정치 1번지인 수도 테헤란에서 거의 100만 표를 얻어 라프산자니 후보를 20만 표차로 따돌렸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나머지 후보들이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고통을 심각히 고려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등 대부분의 후보가 경제난 타개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이슬람 원리주의로의 복귀 여부 등을 놓고 노선 대결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특히 개혁파의 상징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미완의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모인 후보의 패배는 8년 동안 집권한 개혁세력의 ‘실패한 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마디네자드 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빈곤 타파’를 부르짖었다. 3위를 차지한 카루비 후보 역시 지명도는 높지 않았지만 매달 50만 리알(약 55달러)을 무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농촌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돌풍 주역 아마디네자드, 이슬람혁명 충실한 49세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49) 후보는 1979년 이슬람혁명의 정신을 충실히 받드는 초강경 보수파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는 수수한 민병대 복장을 하고 이슬람 가치 유지와 강경 반미노선을 내걸었다.

이슬람혁명 당시 급진학생운동단체 주요 멤버로 미국대사관 점거를 기획했으며 혁명수비대원으로 이란-이라크전쟁(1980∼88년)에 참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 2003년 2월 테헤란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강경보수파 차세대 정치지도자군의 선두로 부상했다. 시장 시절에는 데이비드 베컴 등 서구 유명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를 금지시키고 시청 남자 직원들에게 수염을 기르도록 강요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아버지가 대장장이인 그는 검소한 생활과 뛰어난 행정능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란대의 교통 및 도시공학박사 출신답게 테헤란의 도로를 다시 포장하고 고질적인 교통정체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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