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세계적 현상… “금리인하가 투자 불붙여”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미국 뉴욕에서 방 2개짜리 아파트 값은 100만 달러(약 10억 원)가 훨씬 넘는다. 뉴욕만이 아니다. 런던 파리 홍콩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도 2003∼2004년 1년간 집값이 16% 이상 뛰었다. 스페인에서는 1997년 이후 집값이 무려 130% 뛰었다. 로버스 실러 예일대 교수는 언젠가 인터넷 및 벤처 주식값의 급등 이유를 설명하면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실러 교수의 표현을 원용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집값이 뛰는 것을 ‘비이성적 과열’ 탓이라고 한다면, 다른 나라의 집값 폭등은 무엇 때문일까.》

뉴욕타임스는 12일 “최근 주택가격 급등은 지역적, 미국적 현상이라기보다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집값 거품이 터질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국제적인 주택 붐은 세계화의 부산물”이라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시장이 점점 더 개방화, 국제화되고 서로 연계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으며 세계의 돈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휴양용 주택을 구입하고 다른 나라 부동산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게다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부동산 붐을 부추기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2000년 주가 하락 및 기술주 붕괴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FRB는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고, 이어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 전 세계 주택시장에 불을 댕겼다.

대출이자가 내려가자 주택소유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차량, 옷, 가구, 외식, 휴가에 지출을 늘렸고 집을 더 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집값의 세계적 폭등 양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지역은 런던 파리 뉴욕 보스턴 상하이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시드니 밴쿠버 등과 같은 이른바 ‘종주도시(宗主都市·primate cities·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주변 다른 도시를 압도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국제경제연구원(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국제유가의 갑작스러운 상승 등 다른 경제적 충격과 맞물려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질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