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차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러공군 ‘깜짝쇼’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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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52개국 정상이 모스크바에 모여 다시는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 대전 승전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전 세계는 전쟁이나 냉전을 또다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푸틴 대통령의 초청은 독일 국민에 대한 신뢰의 표시”라고 화답했다. 독일은 1995년 당시 50주년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은 기념 행사와 분주한 정상 외교를 마친 뒤 이날 저녁부터 차례로 모스크바를 떠났다.》

▽화려한 승전기념식=9일 오전 9시경(현지 시간)부터 각국 정상이 크렘린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 부부는 크렘린궁 영빈관 앞에서 러시아어 자모음 순으로 입장하는 정상들을 영접했다.

각국 정상 등 5000여 명의 귀빈이 크렘린궁 벽을 따라 세워진 임시 단상에 자리 잡자 붉은 광장에서 7000여 명의 러시아군 장병과 2600여 명의 참전용사 등이 참여한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까지 내리던 비도 행사 시작에 맞춰 갑자기 그쳤다. 새벽부터 공군 비행기 11대가 모스크바 외곽을 비행하면서 비구름을 없애는 화학약품을 뿌려 비를 막았기 때문이다.

▽정상들의 움직임=크렘린 대회궁전에서의 오찬행사 후 푸틴 대통령은 중국, 인도, 프랑스, 일본 등 10여 개국 정상들과 10∼20분간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먼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전쟁으로 사망한) 우리 병사들의 묘지를 잘 돌봐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소련군은 2차 대전 당시 중국 만주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으며 당시 소련군 1만1000여 명이 사망해 중국 영토에 묻혀 있다.

오찬 후 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던 푸틴 대통령은 갑자기 일정을 바꿔 오찬 직전 노 대통령과 따로 만나 눈길을 끌었다.

앞서 8일 저녁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부부를 모스크바 근교 노보오가료보의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러시아의 개혁과 대테러 대응 방안,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최근 2차 대전을 전후한 옛 소련의 과거사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여 왔으나 이날 회담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경칭 없이 “조지, 승전기념행사에 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고 부시 대통령도 “러시아 국민의 헌신으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치켜세웠다.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까지 왔던 53명의 정상 중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이 8일 저녁 갑작스레 귀국했다. 11일 수도 타슈켄트에서 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카리모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준비 관계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신을 ‘독재자’라고 비난해 온 부시 대통령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워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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