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고려인 첫 의회진출…4전5기만에 꿈이뤄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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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과정을 거쳐 의회에 들어간 만큼 키르기스스탄의 안정과 2만 고려인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레몬혁명’의 한복판에서 키르기스스탄 고려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의회 진출의 꿈을 이룬 로만 신(57·사진) 고려인협회장은 28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시작된 24일 이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면서도 밝은 목소리였다.

혁명의 혼란 속에서도 고려인 동포들의 피해가 없었던 데다 불투명했던 자신의 의회 입성이 이날 확정됐기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의 신 회장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 비슈케크의 아쿤바이브 선거구에 출마해 58%의 득표로 승리했다.

그동안 4차례 선거에서 실패해 4전5기 만에 꿈을 이룬 것. 그러나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로 24일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 정부가 붕괴되자 대법원은 총선 무효 판결을 내렸다. 고려인 의원 탄생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좌절되지 않나 하는 우려가 감돌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 결과를 승인하고 임시정부도 이를 지지해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결국 28일 옛 의회가 임기 만료를 선언하고 해산함에 따라 신 회장은 62명의 의원과 함께 새 의회의 임기를 시작했다.

무소속인 신 회장은 상임위로 경제위를 지망할 계획이다.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는 뜻에서다. 신 회장은 그동안 10여 차례 서울을 방문했다.

의정 활동으로 바빠질 신 회장의 뒤를 이어 역시 기업인인 보리스 황 씨가 새 고려인협회장을 맡는다.

한편 키르기스스탄 정국은 임시정부 구성과 새 의회 출범으로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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