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인터넷업체 라이브도어, 니혼방송 경영권 장악

  • 입력 2005년 3월 2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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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에 사장
호리에 사장
《신흥 인터넷업체 ‘라이브도어’가 일본 최대 민영방송인 후지TV의 저항을 뿌리치고 후지산케이그룹의 모기업인 니혼방송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후지산케이그룹은 시청률 1위의 후지TV와 극우 논조를 펴는 산케이신문, 역사왜곡 교과서로 악명이 높은 후소샤(扶桑社) 등을 거느린 일본의 대표적인 미디어재벌이다.

라이브도어는 니혼방송 지분을 지렛대로 이 그룹의 경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계획. 하지만 후지 측이 재일 한국계 기업인 손정의(孫正義) 회장의 소프트방크를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여 대결 태세를 분명히 함에 따라 상황은 아직 예측불허다.》

▽다윗, 골리앗을 이기다=도쿄(東京)고등법원은 23일 니혼방송이 라이브도어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반발해 증자 주식을 신주예약권 방식으로 후지TV에 몰아주려 한 것은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여 온 후지TV와 니혼방송 경영진이 외부세력인 라이브도어의 경영권 장악을 저지하려고 시도한 ‘짜고치기식 증자’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라이브도어는 우호펀드 지분을 합해 니혼방송의 지분 50%가량을 확보한 상태. 니혼방송은 후지TV의 발행 주식 22.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후지TV를 통해 산케이신문과 후소샤 등도 지배해 왔다.

후지와 니혼방송 측은 라이브도어의 공세에 맞서 24일 니혼방송이 갖고 있는 후지 지분 13.88%를 소프트방크에 빌려주는 계약을 체결해 니혼방송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후지산케이그룹에 대한 라이브도어의 간접지배를 막기 위해 소프트방크를 일시적인 최대 주주로 받아들인 고육책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호리에의 야심찬 행보=이번 인수전을 승리로 이끈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2) 사장은 1996년 도쿄대 재학 중 컴퓨터업체를 설립해 기업 경영에 뛰어든 뒤 정보기술(IT) 붐을 타고 승승장구해 온 인물.

눈길을 끄는 것은 호리에 사장의 미디어관(觀). 그는 니혼방송 인수전에 뛰어든 직후인 2월 중순 “신문이 분위기를 띄운다든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든다고 해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며 후지산케이그룹의 논조에 불만을 나타냈다.

후소샤의 경우 역사왜곡 교과서로 홍보 효과를 누리긴 했지만 4년 전 교과서 채택률이 0.039%에 불과해 경영 압박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라이브도어와 후지 측이 생사를 건 전면전을 벌이고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라이브도어의 최종 승리로 끝날 경우 후소샤 등의 향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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