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시위대 지방정부청사 장악… ‘레몬혁명’ 이룰까

  • 입력 2005년 3월 2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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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 21일 반정부 시위대가 지방정부 청사를 장악하는 등 유혈사태가 격화되고 있다.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000여 명의 시위대는 이날 남부 도시 오슈의 지방정부 청사건물 3동을 점령했다. 전날에는 남부 잘랄아바트 지역에서도 1만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서와 주 정부 건물들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10명이 숨졌다.

모두 지난달 27일과 이달 13일에 실시된 총선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들이다. 총선 결과 여당이 75석의 의석 중 59석을 차지하고 야당 의석은 불과 6석에 그치자 야당과 국제 선거감시단은 매표와 언론 조작 등 광범위한 부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14년간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아카예프 대통령은 아들과 딸까지 의회에 진출시켜 더욱 반발을 사고 있다.

아카예프 대통령 측이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키르기스스탄에서도 2003년 그루지야,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시민혁명에 의한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두 옛 소련권 국가들이다. 서방 언론은 벌써부터 키르기스스탄의 상징물인 레몬을 빗대 야당과 시민들의 이번 시위를 ‘레몬 혁명’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인구 500만 명의 키르기스스탄에서 시위 사태가 격화될 경우 무혈 시민혁명보다는 내전으로 번질 우려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도 단순한 민주화 요구보다는 우즈베크인이 다수인 남부와 키르기스인이 다수인 북부의 인종 및 지역 간 대결의 성격이 강하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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