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홍보성뉴스 공급…지역방송은 그대로 내보내

  • 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41분



“‘고마워요 부시, 고마워요 미국.’ 바그다드 함락 소식에 이라크계 미국인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은 항공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치 중 하나입니다.”

미국 지역 방송사들의 90초짜리 보도 중 일부. 하지만 사실은 미국 정부가 제작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처럼 수백 건의 ‘완성품 뉴스(ready-made news)’를 만들어 방송사에 공급해 왔고 방송사들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이를 그대로 방송해 왔다고 13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1월에는 일부 행정부처가 언론인들에게 돈을 주고 정책홍보성 칼럼을 쓰게 한 사실도 드러나 ‘도를 넘어선’ 부시 행정부의 정부홍보를 놓고 말들이 많다.

국무부는 2002년 8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해방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해 케이블 방송사에 배포했다.

국방부도 작년 한 해에만 50개의 보도물을 만들어 케이블 방송에 보냈고, 4100만 가구가 이를 시청했다. 특히 2004년 6월에는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군인들이 ‘엄격하지만 공정하게’ 죄수들을 다루도록 교육받는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정부 고위 관리와의 인터뷰는 사전에 질문과 답변을 만들어 놓고 예행연습까지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윤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방송사가 자체 보도로 둔갑시키거나 일부 부처는 홍보대행업체 직원을 방송기자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재정이 열악한 지역 방송사와 정책을 홍보하려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발생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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