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쇠고기전쟁’ 조짐

  • 입력 2005년 3월 10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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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금지 해제 문제를 놓고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는 여론에 밀려 해제 시기를 계속 늦추자 미국 측은 일본에 대한 무역보복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어 일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어색한 통화=부시 대통령은 9일 밤(한국시간) 고이즈미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15분간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의) 신중한 자세는 이해하나 나도 국내의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기한을 정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어조는 완곡했지만 메시지는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다’는 최후통첩의 성격이 짙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문제가 양국 관계를 저해하지 않도록 힘쓰겠다”면서도 “언제 (수입 재개가) 가능할지 약속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이라크전 등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상대방 선거 때 공개적으로 응원하는 등 ‘형제와 같다’는 평을 듣는 가까운 사이였다.

이날 통화에서 상대방의 심사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인상이 역력했지만 워낙 껄끄러운 주제인 탓에 분위기는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일 줄다리기 계속될 듯=미일 양국은 지난해 10월 생후 20개월 이하의 소에 한해서라도 광우병 검사를 면제해 수입을 허용한다는 타협안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식품안전위원회가 정부 결정에 반발해 해제 시기를 늦추면서 일이 꼬였다. 미국 측은 일본이 시간을 끈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고, 일본 정부는 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국내법상 어쩔 수 없다며 맞섰다.

미국 상원의원 20명은 지난달 24일 일본 측에 쇠고기 수입 재개가 지연되면 ‘상응한 보복’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대일 쇠고기 수출량과 비슷한 금액인 일본산 타이어를 시범 보복품목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8일로 예정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일본 방문에서도 핵심 의제는 북한 핵문제가 아니라 쇠고기 수입이 될 전망. 일본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까지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해 속을 태우고 있다.

▽“한국도 무풍지대 아냐”=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경기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전문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달 말 수입 재개 여부를 놓고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국은 2003년 12월 23일 미국 워싱턴 주의 젖소농장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같은 달 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관련 일지▼

-2003년 12월 미국 워싱턴 주에서 광우병(BSE)에 감염된 소 발견.

-2004년 6월 부시 미 대통령, 미일 정상회담에서 수입재개 요청.

-2004년 10월 미 일, 생후 20개월 이하 소의 수입재개 원칙 합의.

-2005년 2월 말 미국 의원 20명, ‘수입재개 지연 시 보복’ 경고.

-2005년 3월 부시 대통령, 수입금지 해제 거듭 요청.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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